오피니언일반

[강원포럼]착오송금, 그들은 왜 소송 못했나

박성태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한 60대 어머님께서 외국인 계좌에 260만원을 착오송금했다며 사무실을 찾았다. 착오송금한 금액은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26개월 간 모은 비용이었다. 어떻게든 친구에게 돈을 빌려 여행은 다녀왔지만 자녀들 보기가 부끄러워 조용히 사건을 처리하려고 사무실을 찾은 것이었다.

우선 외국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해서 집행권원을 확보했다. 송금인이 착오송금에 관해 ‘법률상 원인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벽은 넘을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벽이 있었다. 이번에는 최저생계비 185만원의 제한이 문제가 됐다. 실무 상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 시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8호에 의해 최저생계비 등은 압류가 금지되는 예금 채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85만원에 대해서는 압류를 하지 못했다. 이후 결정조서 경정신청도 했으나 위 벽은 넘을 수 없었다. 시쳇말로 판결문이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어머님의 얼굴이 떠올라 포기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압류금지채권범위변경을 신청했고, 다행히 재판부는 “착오송금으로 인해 발생한 금원이므로 이를 전부 압류, 추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평하고, 청구인이 채권을 용이하게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유로 인용을 결정 했다. 친구들과 여행 가기 위해 모았던 260만원 전액을 상대 계좌에서 추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60만원을 받기 위해 법원 사건번호만 4건에 걸쳐서 부여됐다. 결과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됐지만 어머님께선 길고 지난한 소송의 뜨거운 맛을 난생처음 보셨을 것이다.

착오송금 사건에는 다양한 벽이 있다. 부당이득반환소송에서 ‘송금 시 법률상 원인 없음'이라는 입증책임의 벽, 집행 시 상대방 계좌상에 착오송금 금액보다 예금이 적게 남아 있는 경우 추심이 되지 않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는 벽(가압류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상대방이 성명불상자(대포통장)이거나 사망자인 경우 당사자 특정과 송달이 어려울 수 있는 벽. 이외에도 지난하고 긴 소송절차를 인내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서 고민해야 하는 마음의 벽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벽들을 조금이나마 허물기 위해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가 시행됐다. 잘못 송금한 돈을 ‘예금보험공사'가 돌려받아주는 것이다. 구제 대상은 5만원 이상~1,000만원 이하의 소액에 해당하는 착오송금이다. 기간은 착오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다. 금융회사의 계좌나 네이버 페이, 토스나 카카오 페이 같은 간편송금업자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통해 송금했을 때도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연락처를 통한 송금이나 SNS 회원 간 간편송금업자 계정으로 돈을 보내면 반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착오송금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먼저 금융회사를 통해 자진반환을 요청했으나 미반환된 경우에만 예금보험공사에 반환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물론 이번 시행으로 수십만 건의 착오송금 피해사례가 일거에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계좌이체 시에 30분 정도 지연 송금되는 ‘지연이체서비스'를 시중은행에서 가입해 착오송금을 예방할 필요도 있다. 또한 모바일, ATM, PC송금 등의 계좌이체 시 수취인 명의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통해서 착오송금 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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