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냐, 투기냐.' 암호화폐 광풍에 대한 논란의 핵심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투자 시장이란 시각과 내재적 가치가 없어 투기 도박이란 시각이 맞서고 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에 대한 시각만큼은 일치한다. 여기에 독버섯 같은 '중독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춘천의 공공기관 사무직 직원인 A(39)씨. 그는 암호화폐 계좌에 넣은 금액이 올 1월에는 8만원이었지만 이번달에는 200만원으로 불어났다. 암호화폐로 수억원을 벌었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시작했고 수익률이 200~300%씩 나면서 투자금액도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시세가 최대 마이너스 50%까지 떨어지면서 스마트폰의 가격 모니터링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마감 시간이 있는 주식 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항상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면서 강원도 내 20~40대 사이에서도 '코인 폐인'이 늘고 있다.
27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강원센터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도박치료 상담을 받은 경우가 지난해에는 7건이었고 올해는 벌써 5건이다. 모두 20~40대 남성으로 직업도 다양했다. 이들이 암호화폐에 손을 댔다가 입은 손실액은 최저 1억5,000만원에서 최고 3억원이었다. 중독성 진단 결과 자기 통제력 상실, 일상생활의 장애, 내성(금액이 점점 커지는 현상) 등 3가지가 모두 나타났다.
암호화폐의 중독성 문제가 뚜렷하지만 20~40대는 손을 떼지 못한다. 원주의 벤처기업의 직원인 B(40)씨는 “월급은 오르지 않고 예적금 금리는 제로여서 작은 돈이라도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이 암호화폐나 주식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에는 올 들어 춘천, 원주, 강릉에서만 260명이 회원 등록을 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막을 정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효강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강원센터장은 “손실이 나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는 기존 도박보다 더 위험한 측면이 있다”며 “과장된 투자 성공담에 현혹되지 말고, 여유자금으로 건강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