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에서 만난 세상]유언장 잘 쓰는 법

홍유정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판사

유명인사의 유언장을 두고 유족들이 분쟁을 겪는다는 소식을 자주 접합니다. 돌아가신 분이 유족들의 분쟁을 막고 싶어서 유언장을 남긴 것인데, 왜 유언장 때문에 분쟁이 일어날까요? 법적 효력이 없는 유언장을 쓰는 사례가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법은 유언의 요건과 방식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이 정한 유언 방식은 ①자필증서, ②녹음, ③공정증서, ④비밀증서, ⑤구수증서(유언자의 말을 증인이 받아 적는 증서) 다섯 가지입니다. 민법은 각 방식별 요건을 자세히 정해 놓았는데, 이를 지켜야만 유언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요건을 엄격히 정해둔 것은 그 유언장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해 분쟁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유언자가 고심해서 유언을 남겼더라도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뜻이 전달되지 못하고, 오히려 분쟁을 남겨줄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언장은 어떻게 써야 분쟁을 피할 수 있을까요. 다섯 가지 방식 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①자필증서, ②녹음, ③공정증서 세 가지와 유형별 주의사항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①먼저 유언자가 직접 종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입니다. 간편하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증인이 참여할 필요가 없어 비밀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유효하려면 유언자가 유언의 주된 내용(全文)과 작성연월일, 주소, 자신의 이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손글씨로 쓰고 도장을 날인하는 방식을 지켜야 합니다. 유언장 용지나 형식에는 제한이 없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성해 인쇄하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받아 적어주는 것은 효력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언자의 주소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인데, 단순히 '강릉시 난곡동'이라고만 쓰면 효력이 없고, 지번과 건물번호, 아파트라면 동·호수까지 써야 합니다. 또한 유언자는 작성연월일, 이름도 손글씨로 정확히 기재한 다음 반드시 자신의 도장을 날인해야 하고, 도장이 없다면 지장이라도 찍어야 합니다. 서명만 했다면 그 유언장은 무효가 됩니다.

②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육성으로 자신의 이름, 유언의 내용, 연월일을 말하면서 이를 음향녹음장치나 기기로 녹음하고, 이어서 녹음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자 본인의 육성에 의한 유언이 틀림없다'라는 내용과 자신의 이름을 말해 함께 녹음하는 방식입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증인입니다. 유언자의 상속인이거나 유언 내용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미성년자도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증인이 없거나, 자격 없는 사람이 증인으로 참여하면 그 유언 녹음은 전체가 무효가 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휴대폰 녹음기능을 이용해도 되지만, 증인 없이 혼자 '셀카' 영상을 찍는 것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③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하에 공증인 앞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로 이야기하고, 공증인이 이를 받아 적으면서 낭독해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하고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입니다. 공증인이 입회해 분쟁 소지가 줄어들지만, 수수료가 듭니다.

이렇게 요건을 지켜 유언을 남겼다면,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했을 때 효력이 발생합니다. 유언자가 요건을 갖춘 유언을 여러 번 했다면? 가장 나중에 한 유언이 효력이 있습니다. 물론 유언자는 사망 전 언제든지 유언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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