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이코노미 플러스]높은 기술력·낮은 가격…삼성·화웨이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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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탐방 ⑵ 강릉 ㈜알엔투테크놀로지

◇강릉과학산업단지 내 알엔투테크놀로지의 생산라인. LTCC 소재 파우더, LTCC를 활용해 만드는 REP(2차전지 보호회로), 통신장비용 부품.◇이효종 대표◇강릉 공장 전경.(사진위쪽부터)

강릉과학산업단지에 있는 ㈜알엔투테크놀로지(대표:이효종·55)는 5세대 이동통신(5G), 2차전지 분야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2002년 설립 이후 2016년 코스닥 상장을 거쳐 현재까지 투자자들이 꾸준히 포트폴리오에 담는 기업 중 하나다. 그만큼 사업 분야와 기술력에 희소성, 유망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를 증명하듯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3% 증가한 28억여원, 매출액은 21% 늘어나 209억원을 넘어서며 고성장을 이뤘다. 영동권의 첨단산업 육성전략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기업이기도 하다.

전자기기 소형화·과열 방지

국내유일 LTCC 원천기술 보유

업계 글로벌 점유율 2위 우뚝

강릉 인연 3개 여건갖춰 가능

낮은 부지 가격·산단 내 장비

공과대 인적네트워크에 주목

"2인자의 자세로 연구·개발"

■글로벌기업 고객사로 둔 '한국의 교세라'=지난 17일 알엔투테크놀로지의 강릉 제2공장. 명칭은 '공장'이었지만 8,264㎡ 규모 부지에는 최신식 건물과 자동화 설비, 연구소가 있었다. 직원 90명 중 절반 이상이 20~30대여서 언뜻 보면 ICT기업 같았다. 지식·기술력이 집약된 '첨단 제조업'의 생산 현장다웠다.

완제품 라인의 직원이 쌀알만한 크기의 '2차전지 보호회로(REP·Resistor Embedded Protector)'를 보여줬다. 노트북, 스마트폰의 과전압, 과전류로 인한 사고를 막는 부품이다. 2차전지 보호회로는 알엔투테크놀로지가 국내 유일하게 보유한 'LTCC(저온 동시 소성 세라믹) 소재 원천기술'을 적용해 만든 여러 개의 부품 중 하나다.

LTCC는 세라믹으로 다층 인쇄회로기판을 만들 수 있는 기술로 전자제품의 소형화와 기기과열 방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LTCC 소재로 만든 통신장비용 MLC(Multi-Layer Ceramic), MCP(Multilayer Ceramic PCB·다층세라믹 인쇄회로기판)는 무선통신, 5G 중계기 부품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2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화웨이, ZTE 등이 고객사다.

알엔투테크놀로지가 경쟁사이자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는 기업은 연매출액 수조원대인 일본의 소재부품 대기업, 교세라와 무라타다. 이 대표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기술력을 쌓아 온 일본 기업들과 출발선이 다르지만 '기술력은 대등하면서도, 가격은 낮게' 전략으로 시장을 하나씩 잡고 있다”고 말했다.

■부지 확보, 설비 확보 용이한 강원도와 인연=서울대 금속공학과 박사 출신인 이효종 대표는 LTCC소재 연구 결과를 들고 2002년 창업을 했다. 첫 거래처는 대만의 전기분야 대기업이었다. 이 대표는 “30대 창업자의 벤처기업을 대등한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고 계약을 맺어준 것이 고마워 지금까지도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간은 매출액이 거의 없었지만 기술 가능성을 알아 본 창업투자사로부터 투자금 15억원을 유치하며 자금 조달에 처음 성공했다.

지속 성장해 2007년 연매출액이 70억원대를 넘어섰을 때 그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릉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소재기업을 창업한 대학 선배가 “신소재가 지역 전략산업인 강릉을 보러 가자”는 말에 따라나섰다.

이효종 대표는 강릉의 3가지 여건에 주목했다. 하나는 수도권에 비해 월등히 낮은 부지 가격이었다. 공장 부지매입 비용 부담이 컸던 벤처기업에게는 장점이었다. 다른 하나는 강릉과학산업단지에 있었던 신소재 개발 공용 장비들이었다. 지역전략산업 육성 정책에 맞춰 예산을 들여 사놓은 장비는 있었지만 이를 사용할 기업이 없었다.

이효종 대표는 “설비투자금이 부족했는데 공용 장비가 잘 갖춰져 있었고 기업의 수요에 따라 장비 구입이 가능해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또 강릉원주대 공과대학 교수진에 서울대 출신 선배들이 포진해 있어 인적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었다. 2008년 설립한 강릉 공장의 직원도 지역대학에서 채용했고, 처우는 본사(경기 화성 동탄 소재)와 동등하게 하고 있다.

이 대표가 강릉을 선택할 때 주목한 3가지 조건은 영동권이 첨단 제조업 기업을 유치할 때 그대로 적용해도 될 만했다.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완제품의 크기가 작아 물류비용 부담으로부터는 자유로웠다.

이효종 알엔투테크놀로지 대표는 “소재산업은 수십~수백년의 오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 성과 위주의 산업 문화에서는 성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시장이 급변하고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들은 한참 앞서 있지만, 'Real Number 2'라는 회사 이름처럼 늘 2인자의 자세로 겸손과 열정을 잃지 않으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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