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민들 저도어장 자원 고갈 걱정
북측서 조업 '황금어장' 개척 기대
민통선 농민 수십년 군사규제 희생
연 경제손실 8조원… 도 축소 나서
DMZ 지뢰피해 10명중 6명 도민
수십만원 쥐꼬리 보상 깊은 상흔
옛 교류 중심 제진역 재가동 조짐
유라시아 대륙 연결 기대감 증폭
분단 이후 남북을 가르는 DMZ(비무장지대)는 비무장지대라는 명칭과 달리 남과 북의 병력과 지뢰 등으로 중무장된 '모순'의 공간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갈 수 없는 곳'의 경계에서도 치열한 삶은 이어져 왔다. 분단 75년을 상징하는 DMZ 내 도민들의 삶은 강원도만의 독특한 역사를 만들고 있다. 판문점 선언과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한민족 잔혹한 역사의 현장에도 평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바다의 DMZ=동해안 최북단 어항인 고성군 대진항. 오늘도 생계를 위해 북쪽 바다로 향하는 어선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NLL(북방한계선) 이남 1㎞ 지점, 동해안 가장 북쪽 어장인 저도어장에서 조업하는 선박들은 자칫 실수하면 북측으로 월경할 수도 있어 해경의 엄격한 점호를 받은 후 어업지도선과 함께 이동하곤 한다. 어민들은 최근 어획량에 걱정이 많다. 동해 최북단 어장의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획량 감소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남북대화 국면은 최북단 어민들에게 최대 화두다. 한계에 봉착한 어업인들에게 평화는 '황금어장'을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이종규 고성수협 대진항 현장관리소장은 “북한 해역의 입어 가능성에 대해 어민들도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말했다.
■민통선 농지=6·25전쟁의 참상을 담은 영화 고지전의 실제 배경인 철원 오성산(1,062m). 남북 확성기에서 밤낮없이 울렸던 선전방송이 사라지며 마을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분단 이후 각종 규제에 반세기 넘도록 희생을 강요당했다. 주민들은 민통선 내 농지로 가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지만 초소 앞에 줄을 서며 매일 아침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국내 민통선의 면적은 1,086㎢로 도내 면적(853.7㎢)이 80% 이상이다. 철원의 경우 전체 논의 40%가 민통선 내에 있으며, 매일 3,000여명의 농업인이 출입 통제를 받고 민통선 내로 출입하고 있지만 태풍 등 농지 피해가 예상돼도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남북의 군사 대치로 한 해 8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강원연구원에 따르면 민통선 출입 통제, 영농 제한 등 군사 규제 손실액은 연간 8조8,879억원에 달한다. 도는 군사분계선 이남 10㎞로 설정된 민통선을 5㎞까지 줄이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지뢰에 팔다리를 묻은 생존의 땅=지뢰는 전쟁 이후에도 주민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국내 DMZ와 민간인통제선의 지뢰지대 면적은 112.5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확인 지뢰지대는 90.7㎢로 108만3,000발의 지뢰가 묻혀 있다. 6·25전쟁 이후 전국의 지뢰피해자는 578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도내 피해자는 355명(사망 151명, 부상 204명)으로 61%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팔다리를 DMZ에 묻고 한(恨)은 가슴속에 묻어야 했다. 2014년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금전적으로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피해자의 72%가 1970년대 이전에 사고를 당해 대부분이 불과 수십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 것이다. 사단법인 평화나눔회의 김난경 사무국장은 “현행 지뢰피해자 특별법의 실효가 떨어져 국회에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무관심 속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실향민 희망의 철로=“아버지와 땔감을 팔러 다녔던 제진항(저진항)과 제진역은 늘 사람이 붐볐다”는 김영수(74)씨의 회상처럼 동해북부선 제진역은 인적·물적 교류의 중심지였다. 명파리 주민들은 당시 고성읍 내 고교를 가기 위해 탔던 동해북부선 열차를 기억하고 있다. 주민들은 제진·고성읍 일대에 기차 관련 일이 많았다고 기억해냈다. 이 제진역이 평화 분위기와 함께 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진역은 2002년 착공 때부터 통일 대비에 발맞춰 유라시아 대륙과 연계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국토교통부는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2030년 동해북부선 철도를 이용한 남북한의 물동량 수요가 연간 1,145만톤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정상 운영 결정이 내려지면 국방부와 법무부, 관세청 등 정부부처 실무진이 곧장 투입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천열기자 history@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