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지역 자원을 활용해 외지인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만든 청년 창업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자연 경관, 유적지를 벗어나 식도락 여행 등이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들이 만든 공간은 '신(新)관광상품'으로 빠르게 떠올랐다. 본지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추천받은 우수 사례를 살펴보며 청년 실업난과 지역 관광혁신의 대안으로서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청년 창업'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1920년대 지은 탁주터 활용
수제맥주 지역 상징성 담아
직접 만드는 맥주빵 등 인기
세계적인 축제 열려 유명세
서핑·해변문화 확대에 기여
인근 민박·상권도 특수누려
■낡은 탁주 공장을 수제맥주집으로=지난 2일 오후 강릉시 홍제동의 수제맥주집 '버드나무 브루어리' 뒷마당의 빵 제조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온 대학생 3명이 맥주빵을 사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오한나(28·서울 중랑구)씨는 “강릉 관광을 검색해 인기 지역으로 나온 삼교리 막국수, 올림픽파크, 안목 커피거리를 거쳐 이곳에 왔다”며 “이번 여행 콘셉트는 먹방(먹는 방송)”이라고 말했다.
1920년대부터 이어져 온 '강릉 탁주' 터를 그대로 살린 2층 공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AD카드를 목에 건 외국인들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성수기에는 하루 500여명이 몰리는 이곳은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외국인들이 상당수 찾았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서울에서 양조 기술을 배운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3년 전 문을 열었다. '한국적인 맥주' '지역성을 살린 맥주'를 핵심 가치로 창업했다. 이곳에서 만든 맥주는 모두 강릉의 상징성을 담았다. 즈므마을과 하슬라 지명, 강릉의 시화 백일홍, 소나무를 따 맥주 이름을 지었다. 올해부터는 인근 주민의 수집품, 정동진영화제, 지역 예술가의 작품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배효선 점장은 “직원이 20명에 달할 만큼 빨리 성장했는데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린 공간으로 알려지고 싶다”고 말했다.
■양양해변을 '이국적인 해변'으로=양양 중광정리 해변은 수년 전만 해도 낙산해수욕장보다 덜 알려진 곳이었다. 요즘은 외지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찾는 핫플레이스다. 세계적인 해변 축제인 '코로나 선셋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란 인지도 때문이다. 서핑 강습과 식음료, 객실 서비스를 하는 '서피비치'의 박준규 대표를 비롯한 창업가들이 유치한 결실이다.
평창 출신인 박 대표는 음악을 최대한 크게 틀 수 있고, 자유분방하게 해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최대한 한산한 바다'를 찾았고, 중광정리 해변에서 2015년 창업을 했다. '한국의 보라카이'를 표방하며 외국의 해변 관광지 인테리어를 옮겨왔고,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30만명이 방문했다. 여름철엔 서핑강사만 40명을 둘 정도로 인파가 몰렸고, 고급 수입차 프로모션 유치에 성공해 고객들의 사용료 부담을 더 낮췄다.
2일 서피비치를 찾은 조희미(29·서울 서대문구)씨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서피비치가 성공하면서 인근 민박집도 특수를 누리게 됐고, 파라솔 영업도 시작됐다.
박 대표는 “해변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하듯 사업을 시작했고, 서핑 저변을 계속 넓혀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하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