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기획-강원 수출 1%의 기적]수출 규모 68% 급성장 강원도의 `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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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원 수출 블루칩, 화장품업계

◇김기섭 (주)다럼앤바이오 대표(왼쪽)와 권성필 제이앤팜 대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K뷰티'의 주인공들은 도내에도 있다. 화장품은 2년 연속 도 수출품목 8위에 올랐다. 수출 규모는 3,400만 달러 규모이지만, 전년 대비 68% 상승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5,000만 달러 돌파도 허황된 꿈이 아니다. 특히 중국 시장 수출 증가율이 178%인 것을 비롯, 미국시장 144.5%, 일본시장 13%로 상대국별 수출 성장률도 고르게 커가고 있다. 화장품은 '바이오 산업의 결실'과 같다. 신약, 건강식품과 함께 바이오 기술이 적용되는 제품군이다. 지역별 화장품 수출 규모는 원주 1,317만 달러, 춘천 830만 달러, 강릉 325만 달러, 양양 126만 달러 순이다. 도내 화장품 기업들의 수출 성공기를 들어 보았다.

수출 국가·연령대·시장 환경 분석해 '나만의 제품'으로 승부

외국시장 인증 작업 까다롭고 벅차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

원료인 천연물 풍부·청정이미지 강점…마케팅 통해 살려야

■구글 번역기 돌려가며 도전한 끝에 성공=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입주기업인 (주)다럼앤바이오 김기섭 대표는 2015년 11월을 잊지 못한다. 창업 1년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수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호찌민시로 700만원 상당의 물량을 보내면서 “안 되는 게임은 아니구나” 느꼈다. 유통업계에서 27년간 일한 그는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조성물을 포함한 마스크팩 제조 특허기술을 갖고 화장품 회사를 창업했다. 20~30대들이 주름잡는 온라인 쇼핑몰은 승산이 없다고 보고, 해외 수출로 눈을 돌렸다. 수출 한 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해외 바이어와 최소 100여통의 영문 이메일을 주고 받아야 한다. 직원이 고작 2명인 회사에서는 '달걀로 바위치기'에 가까웠지만 구글 번역기를 돌려 이메일을 써 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강원테크노파크의 수출 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영문 서류 작성등의 도움을 받을 길도 생겼다.

김기섭 대표는 “영세한 제조업체들이 '내가 수출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일단 수출을 마음먹었다면 '퇴로는 없다'는 각오로 달려 들어야 한다”며 “수출 타깃 국가, 연령대, 시장의 환경을 분석하며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피부 진정효과가 좋아 그가 '연고'라고 소개하는 '서화비 88 듀퍼 수딩 솔류션 크림'은 전 세계 시장, 연령대에서 고루 판매되는 효자 아이템이다. 또 화려함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도자기 제품용기에 담은 점이 특징인 '황후의 사계' 시리즈 등 25개 제품을 만들었다. 중국의 한한령 여파로 수출은 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할랄 인증' '로하스 인증'을 토대로 동남아 시장,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할랄 인증을 받은 화장품 업체는 다럼앤바이오를 포함해 국내 5개사뿐이다. 수십개가 되는 원료의 원산지까지 증명할 영문 서류를 수백장 제출해야 하는 과정이었지만, 결국 획득했다. 다럼앤바이오는 지난해 도가 주최한 GTI 국제무역·투자박람회에서 수출 실적이 좋아 대상을 받았다. 46만 달러 계약 중 20만 달러가 매출로 이어졌다. 3년 전, 직원 2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정규직 7명, 비정규직 6명 규모의 회사로 컸다. 김 대표는 “수출 초보기업들이 성급한 마음에 해외 바이어가 제시하는 조건을 덥석 받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수개월에 걸쳐 탐색하고, 전략적으로 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약품 같은 화장품도 매력 있게 내놓아야=춘천 천연 화장품 기업인 제이앤팜은 '1인 창업'으로 수출에 3년 만에 성공한 기업이다. 천연 소재개발 전문회사가 전신인 제이앤팜은 국내 의과대학과 공동임상연구 끝에 민감성 피부 전용 화장품 브랜드인 '닥터 더마치'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대학병원에서 피부과 진료 재료로 쓸 정도로 고기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권성필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눈앞에 너무도 매력적인 해외 시장이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외 화장품 박람회를 다녀보며 바이어 만들기도 나섰지만 계약까지 이어질 '진성 바이오'를 만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다. 100명 중 1명이라도 있다면 다행일 정도. 그는 박람회에 의존하기보다 지인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수출을 시도했다. 대학병원에 납품할 때는 용기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됐지만, 수출 전선에서는 달랐다. 바이어들이 보다 화려한 포장을 요구했던 것. 이에 맞춰 용기 디자인 개발에 나섰고, 정부 지원사업도 받았다. 아쉬운 점은 지원 규모가 대부분 소규모 였다는 점이다.

권 대표는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사업 중 시제품 개발, 마케팅 지원사업 규모는 500만~1,000만원 규모로 적은 편인데 제품 1개도 커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기업의 대응자금을 늘리더라도 정부의 사업 규모도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업 이래 수출액은 아직 10만 달러는 안 된다. 그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 미국, 동남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3월 미국 정부의 유기농시스템 인증까지 획득해 유기농 화장품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인증 작업은 수출 초기의 중소기업들에게는 벅찬 일이다. 외국의 서류 요구가 까다로워 석·박사급 인력 2명이 전담해 매달려도 몇 주가 걸리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강원도와 연고가 없는 권성필 대표가 춘천 입주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등에 높은 수준의 성분 분석장비, 생산 장비가 있고, 서울·경기에는 기업이 워낙 많아 지원사업 유치 경쟁이 치열하지만, 도내에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어 선정 기회가 많다. 중국의 수출여건은 까다로워 지는 점이 위협이지만, 화학성 제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유기농 화장품 시장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기회로 보인다.

권성필 대표는 “강원도는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천연물(인삼, 당귀, 녹두, 메밀)이 풍부하고 청정이미지도 있어 화장품 산업이 크기 좋은 여건”이라며 “이러한 강점을 잘 살려 해외 마케팅에 나선다면 강원도 화장품 기업의 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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