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도입한 ‘관광도로'' 지정을 두고 벌어지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예선전 열기가 뜨겁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이달 말까지 도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접수하는 가운데, 삼척, 영월, 인제, 고성 등 각 시·군이 지역의 명운과 자존심을 걸고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전국 35개 후보 노선 중 강원 ‘별구름길''을 포함해 단 6곳만 최종 지정됐던 전례를 보면 올해 불꽃 튀는 각축전이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유치전이 단순한 예산 확보 경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관광도로 지정에 따른 직접적인 재정 지원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각 지자체가 사활을 거는 이유는 ‘국가 공인 관광도로''라는 타이틀이 가져다줄 무형의 가치, 즉 지역 브랜드 홍보 효과와 이에 따른 관광 마케팅의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체류형 관광과 자동차 여행(차박, 드라이브)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시대에, 잘 가꾼 도로 하나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심폐소생술이 될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도내 후보지들은 저마다 독특한 매력과 잠재력을 품고 있다. 영월군은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열풍을 타고 단종의 유배길을 따라 조성된 ‘단종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제군은 원대리 자작나무숲 일대를, 삼척시는 바다와 농촌, 벚꽃과 유채꽃이 어우러진 맹방~임원 구 국도 7호선을 준비 중이다. 고성군 역시 빼어난 해안 절경에 분단의 역사적 상징성을 더한 청간정~화진포 구간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같이 버릴 곳 없는 지역의 보석 같은 길들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최종 6개 안팎의 전국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단지 ‘경치가 좋다''는 1차원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름다운 풍광은 기본이고, 그 길에 어떤 이야기와 가치를 입힐 것인가 하는 ‘스토리텔링''과 ‘차별성''이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다. 영월의 단종길처럼 역사적 서사를 현대적 문화 콘텐츠(영화 흥행)와 결합하거나, 고성의 국도 7호선처럼 평화와 분단이라는 독보적인 테마를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길 위의 풍경이 운전자의 시선을 붙잡는다면, 길에 얽힌 스토리는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울러 관광도로 지정이 ‘스쳐 지나가는 도로''가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 이어지도록 세밀한 인프라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도로가 아름다워도 차를 멈추고 쉴 수 있는 전망대나 이색적인 쉼터 등 거점 공간이 없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