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재판소원 2호’가 된 납북귀환어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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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차가운 바다 위에서 생계를 잇다 납북되었던 어부들은 귀환 후에도 고국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오히려 ‘간첩’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으며 명예를 회복하는 듯했지만, 국가의 가해는 멈추지 않고 ‘사법 지연’이라는 또 다른 얼굴로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납북귀환어부 형사보상 지연 국가배상청구 기각’에 대한 재판소원은, 우리 사법 시스템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 뼈아픈 질문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명확하다.

형사보상법 제14조는 법원이 보상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규정이 철저히 무시돼 왔다. 고(故) 김달수씨 유족의 사례처럼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해당 규정이 강제성이 없는 ‘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헌법 제27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특히 오래도록 억울하게 사회적 매질을 견뎌 온 피해자들에게 형사보상은 단순한 금전적 지급을 넘어 국가의 사죄와 실질적인 명예 회복의 완결을 의미한다. 다행히 지난 12일부터 본격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는 이러한 사법부의 오판과 기본권 침해를 바로잡을 소중한 통로가 되었다. 그동안 법원의 확정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돼 ‘성역’처럼 군림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재판 절차나 결과가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을 경우,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판할 수 있게 되었다.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이번 사건은 재판소원 제도 시행 후 접수된 ‘2호 사건’으로서, 사법 권력의 비대함을 견제하고 헌법의 최고 가치를 실현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상고조차 제한돼 억울함을 호소할 길 없던 피해자들에게 재판소원은 마지막 보루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사건을 통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국가배상청구권’의 실질적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법관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재판 지연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헌법적 단죄의 대상이 되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존재한다. 수십 년 전 공권력으로 어민들의 삶을 짓밟았던 국가가, 그들을 또다시 울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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