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민주당 ‘전국 1호’로 강원지사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후 지난 5일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강원 곳곳을 찾는 한편, 공약 다듬기에 한창이다. 17일 ‘우상호 캠프’ 사무실에서 우 후보를 만나 강원도에 대해 갖고 있는 비전과 현안에 대한 구상을 들었다. 우 후보는 “강원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보며 답답하고 화가 났다”며 “강원도를 특별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강원도에 아예 이사 온 지 두 달 됐는데 요즘 어떤가=“솔직히 말씀드리면 재미있고 신난다. 가는 곳마다 반겨주시는 분들도 많고, ‘강원도를 이렇게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공부하고 몰랐던 것도 배운다. 내 할 일이 뭔지 느껴지니까 잠을 자면서 강원도 정책 구상에 대한 꿈을 자꾸 꾸고, 그러다 깨서 메모한다. ‘이렇게 몰입해서 살아본 게 몇 년 만이냐’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신나게 다니고 있다.”
■ 서울 서대문구에서 주로 정치를 했는데 강원도를 직접 다녀보니 다른가=“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좋은 분들이라고 해도, 확실히 강원도만의 스타일이 다르다. 순박하고 순수하다. 그런데 막상 제가 만난 강원도 현실은 답답하다. 이재명 대통령하고 일을 하다가 와서 더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그동안 이런 문제를 해결 안 해놨지’, ‘왜 정체돼 있지’라는 문제의식이 생긴다. 도민들은 교육·의료·교통 등 정주 여건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안고 살고 있다. 또 먹고 사는 문제도 조금만 손보면 출구가 있을 것 같은데 답답했다. 그래서 거꾸로, 내 할 일이 보인다.”
■최근 출판한 책을 보니, 대통령이 강원도에서 일하라는 이야기를 하자 놀라던데=“5선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하고 '다음'을 창립한 이재웅을 비롯한 혁신가들, 또 강원도 사는 동지들이 강원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큰 과제라는 이야기를 저에게 많이 했다. 고민을 계속했지만 서울에서 정치를 오래 했는데 내가 강원도 간다고 도민들이 받아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실제 김진태 지사 쪽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다가 강원도에서 경청투어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 후보가 그때 권유할 거란 상상을 못했다. (화천에서) 밥을 먹다가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함께 식사하던 많은 분들 앞에서 (강원 현안을 맡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는다. 강원지사를 마음에 둔 분들도 그자리에도 있었고 허투루 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당황했던 거다. 하지만 그동안 고민도 해왔고, 대통령이 유력한 분까지 저런 이야기를 하니까 결심을 더 구체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이) 권유했으니 강원도 현안을 해결해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럼 강원지사 출마를 결심한 기준은 무엇이었나=“국회의원을 스스로 내려놓은 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하는 정치 활동의 기준은 ‘나의 역할은 뭘까, 대한민국 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거다. 지난 대선에서 강원도 곳곳을 세 바퀴씩 돌면서 확신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여기 있구나였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절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시켜주며 훈련시켰는데 그 훈련의 결과로 균형 발전, 균형 성장을 강원도에서 해내야겠다. 이걸 내가 붙잡고 해결하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를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 후보가 그린 강원도 발전 비전은=“첫째,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강원도의 가장 큰 문제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니까 청년들이 떠나는 거다. 해외 유수 기업, 국내 대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 그걸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나 아닌가 싶다. 지금 밝힐 순 없지만 실제로 몇몇 기업들과 이야기를 진행 중인 것이 있다. 둘째, 18개 시·군마다 잘할 수 있는 걸로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강원도형 산업을 육성하고 싶다. 예를 들면 식품가공, 산림, 어업 등에서 작지만 강한 강원도형 기업을 만들어 수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소위 말하면 ‘수출기업협의체를 만들어서 제가 직접 영업을 같이 뛰어다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는 국회 외통위를 여러번 하면서 구축했고, 상공회의소 등을 활용해 강원도 기업의 수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기업이 아닌 공공이 나서서 정보를 제공하고 판로를 연결해야 한다. 셋째가 관광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면 더 돈을 쓸 데가 없다. 지금은 말하자면 소규모 자영업을 상대로 한 관광업이다. 이렇게 해선 산업화가 되기 어렵고, 인프라를 잘 구축해서 해외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 의료, 교통 3대 분야를 최우선으로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
■강원특별법 3차 개정 핵심 중 하나인 국제학교 설립 특례가 빠졌다=“특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예를 들면 국제학교는 외국인들을 주된 학생으로 모집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 안에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외국인 주재원들의 자녀들이 다니게 하는 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말이다. 경제자유구역 안에는 이미 법에 의해 학교를 만들 수 있고 또 추진 중이니 도지사가 되면 학교 설립을 서두르겠다. 특례에 빠지더라도 경제자유구역 안에서는 추진이 가능한 거다.”
■강원특별법 4차 개정 방향이 있나=“특례는 많을수록 좋지만, 지금 있는 특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건 도지사의 능력 문제다. 또 강원도는 전체 재정 규모가 작아서 특례가 많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김 지사는 본인이 국비 10조를 따왔다고 하고, 자기 임기 중에 많은 현안을 해결했다고 주장하는데 다 중앙정부가 해준 것 아닌가. 아직까지는 그 도움이 필요하다. 제가 그 일을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중앙정부와 국회에 있는 네트워크가 제일 튼튼한 사람이다. 특례를 잘 활용하려면 중앙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니 예산을 따오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거고, 현재 있는 법 테두리 특례를 가지고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도청사 이전과 고은리 행정복합타운에 대한 입장도 최근 정리했다=“왜 도청을 옮기냐에 대해 이해가 잘 안 됐기 때문에 처음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행정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이전 계획 자체에 대해선 인정한다. 하지만 (재원 조달 계획이 있기 전에) 바로 시작해선 안된다는 거다. 행정복합타운에 9,000억원이 들어간다. 아파트를 짓겠다는데 외부 인구가 너무 유입돼 집이 없어서 짓는다고 하면 말이 되는데, 지금은 다른 산업을 유치할 계획도 없이 짓겠다는 거여서 위험하다는 거다. 그리고 도청 이전에 5,000억원을 써야 하는데 그 돈도 아깝다. 강원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로 쓰고 싶다. 그래서 (춘천) 고은리로 가는 건 확정인데, 무한정 늦출 순 없겠지만 도비가 들어가더라도 그걸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거다. 그리고 어느 도지사가 진입도로 착공식을 하는가. 전국에 민망한 일이다. 진입도로 착공식을 청사 착공식이라고 하는 건 도민들을 우롱한 거다.”
■김진태 지사가 우 후보를 향해 도청 이전과 행정복합타운을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는데=“본질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김 지사도 애초에 이 문제와 관련해 벌써 말을 여러 번 바꿨다. 제일 처음 허가가 날 때 도청사와 행정복합타운을 하나의 계획으로 만들었고 위원회에 통과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분리했다. 그렇지만 단계별 추진 형태로 분리한 거지 하나의 사업이었다. 이어서 제가 도청 이전 방식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왜 우리만 안되냐고 하면서 주장을 하셨다. 그래서 본질은, 많은 도민들이 관심 있는 건 이걸 예정대로 할건지 아닌지 그리고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건지라고 본다.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승리를 위해 어떤 점을 가장 부각할 생각인가=“사무실 바깥 현수막에 붙인 글귀들이 제 전략이다. 하나는 '대통령이 보낸 사람'. 제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또 '강원도가 특별해지는 순간'인데, 저는 강원도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데 강원도민만 그걸 모른다. 제 전략은 어떻게 강원도를 특별하게 만들건가를 설명하고 다니는 거다. '소탈하다' '깨끗하다'는 문구도 (현수막에) 있는데, 정치를 하면서 부정부패 스캔들에 얽힌 적이 없다. 많은 분들이 서울 집은 언제 이사하냐고 물으시는데, 제가 집 한 채가 없다. 국회의원 월급 모아도 집을 못 사겠더라.”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말씀해 주신다면=“아버지가 춘천고 8회 (졸업이)시다. 국가대표로 역전 마라톤을 하면서 전국을 뛰어다녔다고 한다. 철원에 살 때 우리집 뒷산이 금학산이라고 해발 1,000m였다. 아버지가 새벽 4시에 일어나 매일 아침 산을 올라가셨는데, 혼자 가시는 게 안타까워서 (초등학교) 5학년께 저도 함께 가자고 한마디 했다가 같이 다니게 됐다. 매일같이 금학산 정기를 받았다. 그래서 몸은 여리여리해도 다른 애들한테 뒤지지 않았다. 또 제가 제일 처음 취한 게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아버지랑 같이 양조장을 하던 이장님 집에 갔는데 두부 조림이 안주로 나왔다. 그 두부가 너무 맛있었는데 어른들이 막걸리를 한 모금 먹으니까 두부 조림을 입에 넣어주길래, 계속 두부를 먹으려다가 취했다. 그래서 아버지도 취하고 저도 취해가지고 둘이 논길을 걷다가 논고랑에 확 박히기도 했다. 다음날 머리가 깨질듯 아프고 어머니가 애한테 술을 먹였다고 난리를 부렸지만, 제 평생 아름다운 추억 중 하나가 아버지랑 같이 술과 두부 조림을 먹고 취해서 휘영청 밝은 달에 논길을 걸어 집에 왔던 기억이다. 그게 나의 ‘원형질’ 같다. 문학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렇고, 철원에서의 추억들이 영향이 컸다.”
■강원도에 오래 살지 않았다는 공격도 있는데=“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주장한다.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공격할 포인트가 없으니까, 고향에 얼마나 있었냐고 따질 수 있는데 실제로 제가 다녀보면서 만난 도민들은 그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거의 못봤다. 오히려 힘 있는 사람이 와서 변화가 오려나 이런 분들이 많다. 저는 ‘촌놈 DNA’가 있다고 말한다. 강원 출신이면서 서울에서 국회의원 4선하고 원내대표하고 당대표를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소리 내지 않고 싸워서 결국 일을 해내 본 경험이 많다. 사람 만나는데 쑥스러움을 탈 때, 촌놈 기질이 있다고 느끼는데, 저는 이게 부끄럽지 않고 좋다.”
■나물도 좋아하신다고=“요즘 신났다. 강원도 와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계속 반찬이 나오니까. 생도라지 무침을 좋아하고, 고사리에 환장한다. 시금치도 좋고. 나물을 좋아하는 게 실제 제 건강 비법이기도 하다. 음식이 입에 맞는다는 건 되게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또 강원도에서 나는 농산물, 또 농산물을 가공해서 팔아 수출도 할 수 있지만 더 하고 싶은 일은 바이오지 않나. 유효 성분들을 추출해 약재를 개발하면 강원도가 대박 날 수 있다.”
■평소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강원도에도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나=“김진선 전 지사 시절에 여야 국회의원들을 서울에서 모아서 밥을 주기적으로 샀다. 저는 당이 달라도 꼭 갔다. ‘강원도 일이면 내가 도와야지 고향이 강원도인데’ 싶어서 강원도 모임에 빠진 적이 별로 없다. 원내대표를 할 때 강원도 동해안에 철조망 몇십 킬로미터를 걷어준 적이 있다. 예산 80억원을 타서 했는데, 지역 국회의원들이 자기가 했다고 막 그래도 뭐라 안 했다. 내가 고향을 위해서 일을 했으면 됐지 뭐 생색내나 싶었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경쟁할 때는 여야로 나눠서 싸우더라도 끝나고 나면 강원 출신끼리는 따로 모여서 강원도 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 통합된 힘이 강원도의 힘을 만든다. 그리고 영서 영동의 경쟁 심리도 있는데, 독자적 발전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서는 갈등을 빚다가도 서울에서는 한 목소리로 해달라고 해야 더 힘이 실린다. 제가 그 가교가 되고 싶다. 김진선 지사 시절의 강원도 의원협의체를 복원하고 싶다. 국회의원이 여야가 바뀐 거지 주민이 여야가 바뀐 게 아닌데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힘을 모으는 통합적인 행보를 할 생각이다.”
■선거대책위원회는 어떤식으로 꾸릴 건가=“잘 아시지만 최문순 지사님이 도와주겠다고 제일 먼저 약속하셨고 이광재 지사가 저한테 후보 양보까지 했다. 최문순·우상호·이광재는 굉장히 강력한 원팀이다. 강원도 사상 도지사 선거를 둘러싸고 이렇게 후유증이 없던 적이 별로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일단 원팀 통합 선대위는 이미 구성된 거다. 그리고 이창복 선생님 댁에 가서 찾아가서 인사드렸고, 인제의 정성헌 선생님도 만나뵀다. 범민주 진영이지만 당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던 분들과도 대화를 하고 있다. 규모가 크다는 것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갈등이 없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름만 올려놓는 게 아니라 실제로 선대위 구성도 안 했는데 애써주고 계시다. 제가 아주 복이 많은 사람이다.”
■민주당 ‘1호 공천’을 받으신 후 받은 응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시장을 도는데 누가 저한테 ‘와주셔서 정말 고맙다’면서 그 다음 말이 ‘우리 강원도 좀 살려주세요’ 였다. 도와달라는 말은 들었지만 ‘살려주세요’라는 말은 얼마나 절실하면 그럴까 싶었다.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만큼 절박하구나 싶었고, 그런 목소리들이 저를 일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각오도 하고, 응원의 말인데 그렇게 오래 남은 말이 처음이었다. 그 말을 오래 기억하고 제가 임기를 마칠 때쯤 ‘그래도 도지사님이 일해 주셔서 이만큼 바뀌었어요’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행복할 것 같다. ”
■단수공천을 받은 김진태 지사와의 일대일 대결 각오는=“(국민의힘은 다른 후보도 있었는데) 경선을 안 시키네라는 생각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빨리 후보가 결정됐으니까 잘됐다 싶었다. 진심으로 김진태 지사님께 축하드리고, 이제 멋진 승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저를 반겨주시고 환대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반드시 강원도를 변화시켜서 보답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