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삶을 비추는 거울로 불린다. 시대를 탐구하고, 사람을 보듬는 작품들은 예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 왔다. 제43회 강원연극제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도 그렇다. 지역의 역사와 지역민의 삶을 다룬 10편의 작품들이 도민들을 만난다.
■사회를 읽는 연극
올해 강원연극제 개막작인 원주 극단 웃끼의 ‘스트레스(22일)’는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유쾌하게 접근한다. 스트레스와 돈, 목숨의 삼각관계를 파헤치는 인물들의 엉뚱한 여정은 짐짓 웃는 얼굴로 우리 사회의 씁씁한 현실을 꼬집는다. 연극을 통해 인간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전해 온 춘천 극단 이륙은 고독사를 소재로 한 연극 ‘청소를 합시다(26일)’를 선보이며 단절과 고립에 직면한 사회를 비춘다. 속초 극단 하늘천땅지의 ‘프루프(proof)(23일)’ 역시 파편화된 세상 속,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경쟁사회에 내몰린 청년들의 고단한 뒷모습을 비춘 삼척 극단 신예의 ‘죽서루길64-가족이 되어가는 길(27일)’도 관객들을 만난다.
■역사, 그 너머의 삶
격변의 역사 속 민중들의 삶을 다룬 연극은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태백 극단 동그라미의 ‘막장의 봄(28일)’은 탄광을 무대로 삼았다. 작품은 캄캄한 막장에서 사랑과 연대로 삶을 밝혀온 이들에 대한 기록이자 헌사다. 속초 극단 파·람·불의 ‘살아보니까(24일)’는 한국전쟁의 비극을 담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 이들을 비춘다. 강릉 극단 백향씨어터의 ‘거게 두루마을이 있다(25일)’은 진실과 사실 그 어드메의 역사를 쫓는다. 묘지석이 빨래판이 돼버린 세월을 따라, 관객들은 역사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강원연극 60년을 지킨 걸음
강원연극 60년은 지역 극단들의 바쁜 걸음으로 채워졌다. 이번 무대에서도 저마다의 고유한 색채를 간직해 온 극단들의 무대가 이어진다. 춘천여성문화예술단 마실은 ‘뎬동어미전, 그 오래된 이야기(29일)’로 삶에 위로를 건넨다. 결혼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 배우들이 힘을 모아 2000년 창단된 마실은 당시 국내 최초 여성극단으로 파격을 선사했으며, 오늘날까지 여성의 삶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묘혼(妙魂)(31일)’으로 폐막 무대를 채우는 속초 극단 청봉은 1976년 결성된 ‘속초청년문화연구회’와 맥을 같이 하며 지역 연극의 기틀을 닦았다. 삶의 희노애락과 시대의 화두를 담아 온 극단은 올해 실험적인 무대로 소유의 본질을 묻는다. 23년째 지역민과 연극의 온기를 나누고 있는 동해 극단 김씨네컴퍼니 역시 ‘그들만 아는 공소시효(30일)’로 따듯한 웃음을 전한다. 작품은 변두리 주택가에 살아가는 이웃 사촌들이 집앞에 버려진 쌀통의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 코미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