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특용 식물 자원의 상당수는 뚜렷한 향을 지닌 방향(芳香) 식물이다. 산업적 잠재력을 지닌 자원이지만, 여전히 소규모 재배와 1차 생산 중심의 특용작물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나의 식물에는 수십, 수백 종의 향기 성분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며, 각 성분은 서로 다른 생리활성과 기능을 지닌다. 이러한 이유로 향기 식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약재와 치료, 생활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오늘날에도 향기 성분은 화장품, 식품,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에서 중요한 기능성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향기 성분을 진정한 ‘소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분 분석, 기능 예측, 조합 설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접근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강원도의 특용 식물 자원을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AI 기반 향기 정밀소재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향기 정밀소재 산업은 농업을 넘어선다. 식물에서 추출한 방대한 화학·생물학·감각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향기 성분의 기능을 예측하고, 최적의 조합을 도출하며, 이를 화장품·식품·바이오·헬스케어 산업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서는 향기 소재를 체계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활용할 수 있는 산업 플랫폼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그 기능과 효용을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 향기 소재가 우리 몸의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단계가 뒤따라야 한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는 향기 제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화장품이나 식품의 기능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공간은 산업 전반에서 늘 부족하다.
만약 강원도가 향기 정밀소재의 분석과 인체적용시험까지 수행할 수 있는 산업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국의 화장품·식품·바이오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강원도로 모여들 것이다. 기능을 입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공간은 기업 입장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고급 연구 인력이 강원도로 유입되고, 이들이 지역에 거주하며 새로운 연구·기술·시험·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함께 이동하며 지역에 정주하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토지가 좁은 강원도가 해외의 대단위 플랜테이션 농업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강원도에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그 해법은 강원도의 특용 식물이 지닌 향기 유전자에 있다.
향기 성분을 만들어내는 핵심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선별해 미세조류에 이식하고, 이를 실내에서 대량 배양하는 방식이다. 미세조류는 단세포 생물로 조건만 맞으면 5~6시간 만에 두 배로 증식할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좁은 공간에서도 고밀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토지 제약이 있는 강원도에 매우 적합한 기술이다.
스위스는 자국의 허브 자원을 단순 농산물에 머무르지 않고, 제약·바이오 산업으로 확장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강원도 역시 특용 식물이라는 자산을 어떻게 산업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산업 플랫폼으로 묶어내겠다는 결단력 있는 정책 결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강원도가 이 가능성을 산업과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정책적 결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