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지역경제의 침체는 이제 더 이상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며 방관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산업·관광·에너지라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산업 구조의 편중과 인구 유출로 성장동력은 약화되고 경기침체는 장기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산업 고도화, 교통·물류 혁신, 지역 인재 정착을 핵심 축으로 한 속도감 있는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그간 동해안 정책은 관광 인프라 확충이나 단기 이벤트 중심으로 추진돼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항만·철도·도로의 연결성 부족은 물류 경쟁력을 떨어뜨려 기업 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청년층이 머물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부족해 인구 감소의 악순환이 반복돼 온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산업구조 개편과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서 제한된 재정과 권한을 가진 지방에 해법을 맡기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주장으로 그 책임은 분명 중앙정부에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동해·강릉·삼척에 위치한 석탄발전소들은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운영 중이지만, 신규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동해안 송전망 총용량 약 22GW 중 실제 사용은 11GW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전사들은 설비용량의 30% 이하 가동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지역상권 침체와 소상공인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아울러 송전선로 확충은 단순한 전력 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에너지 전환·국가 균형발전을 좌우하는 핵심 국가과제로 인식하고 전력망 확충을 위한 제도·재정·사회적 합의를 아우르는 종합적 패키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관광 역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단순 방문형 관광에서 벗어나 체류형·사계절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양 치유·생태·문화 자원을 연계한 고부가가치 콘텐츠, 해안 트레킹 코스, 겨울바다 힐링 프로그램 등 계절별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 ‘머무는 관광’이 정착될 때 지역 소상공인과 숙박·외식업 전반으로 경제 효과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의 또 다른 미래는 수소산업이다. 동해시는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예타 통과, 수소 특화단지 지정, 수소·저탄소 녹색산업 기회발전특구 지정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2028년 준공을 목표로 기반시설을 구축중이다. 여기에 산업진흥센터·안전성시험센터·실증센터가 더해질 예정이다.
동해안을 단순 실증지역이 아닌 상업 생산을 전제로 한 전략지구로 지정하고 규제를 일괄 조정하는 특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소규모 분산형 실증사업으로는 기술 축적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중앙정부 주도로 지방정부와 대학, 민간기업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청정 플랜트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공급 중심을 넘어 수요 창출 패키지가 병행돼야 한다. 발전용 수소 혼소, 수소 기반 철강·화학 공정 전환, 항만·물류 수소 모빌리티를 동해안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
동해안 지역경제 활성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에 중앙정부는 장기 비전과 책임있는 투자로 응답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이다. 동해안을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끌어올릴 책임을 져야 한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동해안의 내일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