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다. 문화 접근권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연간 100억여원을 들여 9만2,000여명에게 지급 중인 문화누리카드가 도시 중심의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원주시의 이용률이 90%를 넘는 반면, 평창군은 올해 상반기 기준 38%에 불과하며, 일부 군 지역에서는 아예 사용 실적이 ‘0원’인 업종도 존재한다. 제도 자체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공연, 영화, 체육, 여행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연 14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사용 가능한 가맹점이 없거나 시설이 부족한 농촌, 접경, 폐광지역 주민들에게는 ‘쓸 수 없는 카드’가 되고 있다. 특히 정선군, 화천군 등지에서는 스포츠 관람과 직업체험 등 특정 업종의 사용액이 1원도 집계되지 않았다. 동해·평창·양양 등에서도 실적이 전무했다는 점은 단순한 이용 부족을 넘어 문화기회 자체가 단절돼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문화누리카드의 설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도시 지역과 달리 문화 인프라가 빈약한 농촌에서는 선택 가능한 항목이 제한적이다. 전체 사용액의 70%가 도서, 공예, 교통, 영화 등 상위 5개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이마저도 주로 도시에서 접근이 용이한 업종들이다. 정책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질적 수혜는 도심 거주자에게 편중되고 있는 것이다. 사용 의지가 있음에도 ‘쓸 곳’이 없다는 점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제도 시행 이후 누적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간 불균형을 면밀히 분석해 구조적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우선, 농촌과 접경지역에 문화누리카드 가맹점 확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현행 가맹점 위주의 운영방식으로는 도시 중심적 운영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지역 특성에 맞춘 문화프로그램 개발과 이동형 문화시설 확충, 민간 협력 확대를 통해 지역 밀착형 문화기회를 제공해야 옳다. 특히 농촌에서도 활용 가능한 공예체험, 지역 문화유산 탐방, 마을극장 등 창의적 대안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 시·군이 문화누리카드 활성화를 위한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지역 문화 인프라 확충 계획을 카드 운영 방향과 연계해야 한다. 그리고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탄력적 예산 운영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