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갈등 완화를 비롯한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부산 김해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만난 두 정상은 양국 국기가 2개씩 세워진 장소 앞에서 악수한 뒤 양국 고위 각료 등이 함께한 확대 회담을 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좌는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처음이며,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만난 이후 6년 4개월여 만이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중 간 격화돼 온 무역 및 관세 갈등 와중에 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악수하면서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다"고 했으며, 시 주석도 "나도 그렇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할 것이며,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시 주석을 향해 "매우 강경한(tough) 협상가"라면서 "그건 좋지 않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 항상 훌륭한 관계를 가져왔다"고 했으며, 이날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서명할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의엔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회담장으로 장소를 옮긴 두 정상은 모두발언으로 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와 함께해 큰 영광"이라며 시 주석을 "매우 기품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president)"이라고 칭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에 합의했으며, 지금 더 많은 것들을 합의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시 주석은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이며, 난 우리가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여러 바람, 역풍, 도전과제가 있다고 해도 미중 관계는 올바른 길을 향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양국 간 갈등에 대해 "국가 상황이 항상 다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중은 친구가 돼야 한다"면서 "중국의 발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비전과도 함께 간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 도출, 태국-캄보디아 간 국경 관련 협정 성과 등을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진심이고, 세계 여러 핫스팟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 같은 경우에도 나름대로 캄보디아와 태국 간의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할을 해왔다"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 대국으로서 전 세계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두 국가이다. 양국과 전 세계를 위해서 계속해서 기여하기를 원하며 양국과 세계에 중요한 사안들을 위해서 오늘 좋은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회담을 이어갔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협력에 동의했으며, 그 대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온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한 뒤 귀국길에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에서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면서 "그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으며 이후 유예를 매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확대 정상회담에 참석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우리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제에 집중했으며 중국은 희토류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이 최근 발표한 희토류 수출통제 정책에 강하게 반발해왔으며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전구물질 등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이에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온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중국이 펜타닐 차단에 협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징벌적 성격의 20% 관세를 부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이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그 이후에는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로 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중순 만료되는 미중간 '초고율 관세 유예' 기간의 재연장 문제에 합의했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6년만에 이뤄진 시 주석과의 회담에 대해 "멋진(amazing) 회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서 매우 수용가능한 형태로 합의를 했다"며 "많은 결정이 이뤄졌고 남은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부터 2박3일 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32차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11월 1일)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4년 7월 방한했지만 이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한국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방한을 미룬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간 경제·군사·지정학적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만큼, 회담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밀착하지 말도록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2단계 협상 가속화나 한한령(한류 제한령) 문제도 논의 가능한 사안이다.
이 대통령이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한 발언이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오는 31일 중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현지 언론은 오는 3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조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나, 중국 측은 관련 일정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