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른 추위에 난로 등장…꺼지지 않는 새벽시장 '불'

[르포]겨울 성큼 다가온 애막골 새벽시장
방한용품으로 추위버티며 하루 연 상인들
상인회장 "겨울철 전통시장 발길 뚝 걱정"
상인들 "시장은 삶 터전이자 온정나눌 곳"

◇최저기온이 영상 1도까지 떨어진 29일 오전 5시, 춘천 애막골 새벽시장 상인들이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사진=고은기자

최저기온이 1도까지 내려간 29일 새벽 5시 춘천의 애막골 새벽시장. 이른 시간부터 상인들은 좌판을 깔고 판매할 물건들을 하나둘 진열하기 바빴다. 상인들은 언 몸을 녹이며 첫 손님이 찾아오길 기다렸다.

김밥장사를 하는 이순덕(64)씨는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자 창고에서 난로를 꺼냈다. 이씨는 “하루 장사를 위해 매일 새벽 3시부터 재료를 손질하다 보면 뼛속까지 시리다. 오늘은 앞치마도 두꺼운 안감이 덧대진 겨울용으로 입고 왔다”며 불앞에 손을 쬐었다.

과일장사를 하는 이봉옥(68)·조찬이(69) 부부도 이날 올해 처음 난로에 불을 지폈다. 이씨는 “어제는 손이 얼어 물건을 집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하며 “영하 10도 아래로 기온이 내려갈 경우 귤, 단감, 사과 모두 다 얼어버린다. 투명한 비닐막을 쳐 바람부터 막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애막골 새벽시장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다. 전통시장 발길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반갑지 않은 이른 추위는 매출마저 뚝 떨어뜨려 상인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든다.

김우진 애막골 상인회장(75)은 “상인들이 새벽 3시부터 장사 준비를 시작해 낮 12시까지 문을 열어도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5만원~6만원도 벌지 못할 때가 많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급돼도 시장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회복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선을 파는 윤선화(85)씨는 “마트가 따뜻하고 구매도 편리하지만 산책 나온 어르신들이 잠깐 들러 구경하는 시장의 자리는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4년째 더덕과 도라지를 직접 다듬어 내놓는 김영희(87)씨에게도 새벽시장은 오랜 친구같은 정든 장소다. 김씨는 “큰돈은 못 벌어도 상인들, 손님들과 안부 나누는 게 좋다. 한 개 더 얹어드리면 고맙다며 웃고 간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부는 ‘희망이 되는 소비, 함께 성장하는 경제’를 슬로건으로 29일부터 11월9일까지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 기간 전통시장을 포함한 전국 상인들을 위한 다양한 할인혜택 등 국가 규모의 소비 진작 캠페인이 진행될 예정이다.

◇난로 앞에서 손을 쬐는 조씨 곁에서 담요 위 강아지가 곤히 잠들어 있다. 사진=고은기자
◇김밥장사를 하는 이씨는 가을을 건너뛴 초겨울 날씨에 난로와 거울용 앞치마를 꺼냈다. 사진=고은기자
◇난로 옆을 비켜 앉아 취재진에게 자리를 내주고, 갓 구운 고구마를 건네는 손길에서 추위도 비집지 못할 온기가 전해졌다. 사진=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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