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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감자가 바꾼 세계史·한국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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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들이 튀겨 먹고 구워먹고 쪄 먹는 감자는 사실 세계사를 바꾼 작물이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7,000년 이상 재배해 온 것으로 알려진 감자는 대항해시대인 16세기 유럽으로 전해졌다. ▼감자는 땅속 어둠에서 열매를 맺고 뱀처럼 긴 줄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단의 작물’로 불렸다. 하지만 당시 유럽의 주식인 밀과 비교해 같은 면적당 2~3배 이상의 열량을 내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데다 재배도 쉬워 금세 구황작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감자에 의존했던 아일랜드는 1845년 감자역병으로 대기근을 겪었다. 단일 품종 재배로 피해는 더 커졌고 인구 25%가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자는 강원도의 역사이기도 하다. 19세기 청나라를 통해 함경도·평안도 등 북부 지방을 거쳐 한반도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부와 기후·지형이 비슷한 강원도 산간 지역까지 전해졌으며 춥고 척박한 강원도의 주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제강점기, 광복과 6·25전쟁 등 근대사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감자는 구황작물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당시만 해도 감자는 가난을 상징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와 기술력이 발전하며 강원도 감자의 위상도 달라졌다. 1978년 농촌진흥청과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수미’ 품종을 개발·보급하며 감자는 상품의 가치를 갖게 됐다. 수미는 지금도 우리나라 감자 시장의 70%를 점유한다. 우리나라에서 씨감자를 생산·공급하는 기관은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와 강원특별자치도 감자종자진흥원 두 곳으로 모두 강원도 평창에 있다. ▼가난하던 시절 감자는 강원도 사람에 대한 멸칭으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강원도, 감자의 위상은 이제 달라졌다. 강원특별자치도는 16일부터 해태제과, 롯데마트와 함께 강원특별자치도 마스코트 ‘강원이·특별이’ 생감자칩을 생산, 전국에 판매한다. 2014년 허니버터칩처럼 감자가 다시 한번 전국을 휩쓰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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