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25년 노벨 문학상, 절망적 비극 그린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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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A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대한민국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2025년 노벨 문학상은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6억4천만원)와 메달, 증서를 받는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간) 종말론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세계를 인정해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중부 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로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요소가 있으며, 더욱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채택해 동양을 바라보기도 한다"고 평했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것은 2002년 임레 케르테스 이후 두번째다.

1985년 '사탄탱고'로 데뷔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 번째 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calm)하면서도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8차례 수여됐다.

상을 받은 사람은 122명으로, 과학분야와 달리 공동 수상은 1904·1917·1966·1974년 등 4차례가 전부였다.

제 1·2차 세계대전 기간 등에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7년 이후로는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남녀가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여성 작가로는 역대 18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사탄 탱고 중 한 장면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은 미국과 유럽이 주를 이뤘다.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3명, 영국 12명, 스웨덴 8명, 독일 8명 등이었다.

노벨 문학상은 그간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문학계 안팎에서 스웨덴 한림원이 작가의 문학적 성취보다 반체제 정신 등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 수상자들이 논란에 휩싸인 경우도 있었다.

1902년 수상자는 문학가가 아닌 독일 역사학자 테오도어 몸젠이었고, 1953년에는 정치인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회고록 등으로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 미국 '포크록의 전설'인 가수 밥 딜런이 문학상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상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소설 '닥터 지바고' 등을 쓴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당시 소련 정부 압력과 소련 작가 동맹의 비판에 수상을 거부했다.

1964년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 장 폴 사르트르도 수상을 거부했다. 사르트르는 노벨상뿐 아니라 공식적인 상은 줄곧 거부했다.

최연소 수상자는 '정글북'을 쓴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으로 1907년 41세에 수상했다.

최고령 수상자는 2007년 87세의 나이로 상을 받은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이다.

◇한강 작가가 지난해 12월 11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한강 작가는 지난해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한강 작가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때인 1992년에 연세춘추 주관 연세문화상에서 시 부문인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3년 대학 졸업 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습작을 준비하다가 그 해 계간지인 문학과 사회 24호(1993년 겨울호)에 시 '얼음꽃' 외 4편을 발표하여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보다 소설 쪽에 집중해서 시집은 한참 후인 2013년에야 나왔다.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신춘문예로 등단할 당시 '한강현(韓江賢)'이라는 필명을 사용했으나 차기작부터는 한강이라는 본명을 사용했다.

대중적인 재미와 거리가 먼, 인체를 주제로 한 불편하고 파격적인 소설을 쓰는데 대표작으로는 '내 여자의 열매'와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이 있다. '아기 부처'는 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중편 소설이며, '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다음은 1980년대 이후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및 주요 작품.

▲ 2025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헝가리·작가)

=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 2024년: 한강(대한민국·작가)

=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 2023년: 욘 포세(노르웨이·작가)

= '새로운 이름:7부작 중 6∼7권' '아침 그리고 저녁' '가을날의 꿈'

▲ 2022년: 아니 에르노(프랑스·작가)

= '단순한 열정' '사건' '세월'

▲ 2021년: 압둘라자크 구르나(탄자니아·소설가)

= '순례자의 길' '낙원' '바닷가에'

▲ 2020년: 루이즈 글릭(미국·시인)

= '아킬레스의 승리' '아라라트' '야생 붓꽃'

▲ 2019년: 페터 한트케(오스트리아·소설가, 극작가)

= '관객모독' '마을들을 이리저리 걷다' '반복' '여전히 폭풍'

▲ 2018년: 올가 토카르쿠츠(폴란드·소설가)

= '야곱의 책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플라이츠'

▲ 2017년: 가즈오 이시구로 (영국·소설가)

= '창백한 언덕 풍경' '남아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녹턴'

▲ 2016년: 밥 딜런(미국·시인 겸 가수)

= 미국 노래의 전통 내에서 시적인 표현을 창조

▲ 2015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벨라루스·저널리스트/작가)

= '체르노빌의 목소리' '전쟁은 여자의 얼굴이 아니다'

▲ 2014년: 파트리크 모디아노(프랑스·소설가)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도라 브루더' '슬픈 빌라' 등

▲ 2013년: 앨리스 먼로(캐나다·소설가)

= 단편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 '소녀와 여인들의 삶'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 2012년: 모옌(중국·소설가)

= '붉은 수수밭'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

▲ 2011년: 토머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시인)

= '창문들 그리고 돌들' '발트해' '기억이 나를 본다'

▲ 2010년: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페루·소설가)

=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녹색의 집'

▲ 2009년: 헤르타 뮐러(독일·소설가)

= '저지대' '우울한 탱고'

▲ 2008년: 르 클레지오(프랑스·소설가)

= '조서' '사막' '대홍수'

▲ 2007년: 도리스 레싱(영국·소설가)

= '마사 퀘스트' '다섯'

▲ 2006년: 오르한 파무크(터키·소설가)

= '내 이름은 빨강' '하얀성'

▲ 2005년: 해럴드 핀터(영국·극작가)

= '축하' '과거 일들의 회상'

▲ 2004년: 엘프레데 옐리네크(오스트리아·소설가)

= '피아노 치는 여자' '욕망'

▲ 2003년: J M 쿳시(남아공·소설가)

= '불명예'

▲ 2002년: 임레 케르테스(헝가리·소설가)

= '운명'

▲ 2001년: V. S. 네이폴(영국·소설가)

= '도착의 수수께끼'

▲ 2000년: 가오싱젠(중국·극작가)

= '영산(靈山)'

▲ 1999년: 귄터 그라스(독일·소설가)

= '양철북'

▲ 1998년: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소설가)

= '눈먼 자들의 도시' '수도원의 비망록'

▲ 1997년: 다리오 포(이탈리아·극작가)

=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 1996년: 비슬라바 쉼보르스카(폴란드·시인)

= '끝과 시작'

▲ 1995년: 셰이머스 히니(아일랜드·시인)

= '어느 자연주의자의 죽음'

▲ 1994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일본·소설가)

= '개인적 체험'

▲ 1993년: 토니 모리슨(미국·소설가)

= '재즈' '빌러브드'

▲ 1992년: 데렉 월코트(세인트루시아·시인)

= '또 다른 삶'

▲ 1991년: 나딘 고디머(남아공·소설가)

= '보호주의자'

▲ 1990년: 옥타비오 파스(멕시코·시인)

= '태양의 돌'

▲ 1989년: 카밀로 호세 세라(스페인·소설가)

= '파스쿠알 두아르테 일가'

▲ 1988년: 나기브 마푸즈(이집트·소설가)

= '도적과 개들'

▲ 1987년: 요세프 브로드스키(미국·시인)

= '연설 한 토막' '하나도 채 못 되는'

▲ 1986년: 월레 소잉카(나이지리아·극작가)

= '사자와 보석' '해설자들'

▲ 1985년: 클로드 시몽(프랑스·소설가)

= '사기꾼'

▲ 1984년: 야로슬라프 세이페르트(체코슬로바키아·시인)

= '프라하의 봄'

▲ 1983년: 윌리엄 골딩(영국·소설가)

= '파리 대왕'

▲ 1982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소설가)

= '백년 동안의 고독'

▲ 1981년: 엘리아스 카네티(영국·소설가)

= '현혹'

▲ 1980년: 체슬라브 밀로즈(폴란드/미국·시인)

= '대낮의 등불' '이시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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