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카메라 없는 단속 부스 앞 쾌활 질주…‘공갈 단속’ 의견 엇갈려

시속 50㎞ 구간 ‘깡통 부스’에 내리막길 70㎞ 질주
“초행 운전자는 급감속해 오히려 교통 혼란 생겨”
“정비·이전 작업…단속 문구 표시해 혼란 줄일 것”

◇22일 찾은 춘천시 신동면 경춘로. 내비게이션 앱에서는 ‘시속 50㎞ 단속 구간’이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으나 현장에 설치된 이동식 과속단속 부스는 스티커로 가려져 있어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손지찬 기자

강원지역 도로 곳곳에 설치된 이동식 과속단속 카메라 부스 상당수가 카메라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운전자들이 부스 앞에서도 제한속도를 훌쩍 넘겨 질주하며 이른바 ‘공갈 단속’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찾은 춘천시 신동면 경춘로. 내비게이션 앱에서는 ‘시속 50㎞ 단속 구간’이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지만 현장에 설치된 이동식 과속단속 부스는 과속단속 카메라는 설치되지 않은 채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취재진이 30여분 동안 현장을 지켜 봤지만 버스와 덤프트럭, 승용차 등 대부분의 차량들은 단속 카메라 부스를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시속 70㎞ 이상의 속도를 내며 내리막길을 빠르게 통과했다. 이곳은 T자형 합류 구간도 있어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다는 주민들의 우려도 높다.

인근 주민 김모(여·59)씨는 “단속 부스만 덩그러니 세워둬서는 안전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제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운전자들이 주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면을 자주 오간다는 최모(48)씨는 “이 구간을 잘 아는 운전자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는데 비해 초행 운전자들은 단속 부스를 보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오히려 교통 혼란이 생긴다”고 전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고속도로와 국도에 설치된 이동식 과속단속 부스는 총 267곳이다. 이 가운데 실제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39곳에 불과하다.

공갈 단속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도 있었다.

이모(27)씨는 “실제 카메라가 없어도 단속 부스가 보이면 속도를 줄이게 된다”며 “완전한 단속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교통사고 고위험 구간 부스에 카메라를 이전 배치하고, 노후되거나 활용도가 낮은 부스를 정비·이전·철거할 계획이다. 단속하지 않을 때는 ‘안전운전’, 단속 중에는 ‘무인단속중’ 문구를 표출해 운전자의 혼란을 줄이고,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노후되거나 활용도가 낮은 이동식 단속 부스를 재정비해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22일 찾은 춘천시 신동면 경춘로. 내비게이션 앱에서는 ‘시속 50㎞ 단속 구간’이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으나 현장에 설치된 이동식 과속단속 부스는 스티커로 가려져 있어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손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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