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군은 만해 한용운 선사의 ‘님의 침묵’ 시집 발간 10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동국대와 기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10월 기념사업 선포식을 시작으로 초청강연과 특집공연이 마련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문화예술 전시·공연은 만해 한용운 친필·유묵전시회, 항일민족시인 특별전, 만해 시 손글씨 시화전, 만해 영상콘텐츠 페스티벌, 청년만해축전 등 만해의 문학정신과 민족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참여형 행사로 개최될 것이다.
학술·교육·강연행사에서는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필두로 만해 아카이브 구축사업, 만해 한용운 자료총서 발간사업, 법륜스님과 저명문학인 초청강연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만해 인문학 아카이브’는 지역주민들이 만해의 사상과 정신을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문학을 체험하는 과정으로, 축제의 지역성과 미래의 만해축전을 준비하는 지역화 프로그램이다.
만해선사가 수행하고 '님의 침묵'을 탈고했던 설악산 오세암과 백담사 구간을 '님의 침묵' 창작지로 보존하기 위해 향토문화유산 지정을 준비하고,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오세암 대장전을 복원해 만해선사의 유적과 사상을 계승한다.
만해마을-백담사-오세암을 잇는 ‘만해 단풍나무 숲길’ 조성사업을 국민 참여형 프로젝트로 추진, ‘님의 침묵’의 문학적 가치와 만해정신을 미래유산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만해선사가 서릿발 같았던 혼란의 시기에 집념으로 집필하였던 ‘님의 침묵’은 100년이 넘었다는 희소성과 서지학적 가치를 넘어서고 있다. 그가 남긴 ‘님의 침묵’이라는 문학적 성과는 종교적 특징과 정치적 진영, 지역간 이해관계를 떠난 민족적 자산이자 불교사상, 독립 의지, 민족정신 등이 잘 담겨 있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면서 사상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만해선사는 한국사상계에서도 “영국의 셰익스피어, 독일에 괴테, 인도에 타고르, 러시아에 푸시킨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만해 한용운이 있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다. 만해 선사의 시대적·세계적 위상이 새삼 놀랍다.
만해선사는 1세기 전 암울한 시대 내설악 백담계곡에 들어와 넓은 세계의 사상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인류보편적 가치를 이끌어냈다. 100년전 설악과 백담계곡에서 만들어 낸 만해사상과 정신,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만해축전을 이끌어오면서 축적해온 자긍심은 그 어떤 재화 로도 환원될 수 없는 자산이 되었다.
몇 해전 프랑스의 화가 크리스틴 디바디 파브르게트는 만해선사의 ‘님의 침묵’을 주제로 독창적인 추상화 작품을 전시해 종교와 국적을 초월한 예술사적 교류의 이정표를 남겼다. 만해문학과 사상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적인 위상으로 그 가치가 거듭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문·전통역사·종교사상 분야의 여행과 성지순례와 같은 문화관광 수요는 사회변화와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끊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동서양을 넘어 역사철학·문학·예술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배우고 성찰하는 여행은 인류보편적 가치와 정신적·문화적 유산의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1세대 이상 ‘만해사상의 고향’으로 알려진 설악과 백담계곡은 그 어떤 지역도 모방할 수 없는 인문학적· 역사적 가치를 보유한 곳으로 세기를 넘어서는 문화관광자원이다.
‘님의 침묵’ 기념사업은 100년이라는 특정 시기만을 선양하거나 기념하는 행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앞으로의 미래 100년 동안 어떻게 만해 선사의 사상과 정신을 계승할 것인지, 백년지대계를 설계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남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