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도시 특례제도는 단순히 인구 규모에 따라 행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는 인근 중소도시를 포괄하는 생활․경제의 중심지로 기능하며 지역 교통, 경제, 문화의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인구 30만명 이상인 지방자치단체로서, 면적이 1,000㎢ 이상인 곳을 50만명 이상 대도시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면적 요건인 1,000㎢는 원주시를 포함한 경기 의정부·광주·하남과 경북 구미, 경남 양산·진주, 충남 아산 등 인구 30만명 이상 도시 중 어느 도시도 충족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이다.
면적 요건의 비현실성은 단순히 행정 편의의 문제를 넘어, 원주시와 같은 성장 거점 도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걸림돌이다. 인구 36만 명이 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최대 도시이자,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원주시는 이미 대도시에 준하는 행정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868㎢의 면적을 가진 원주시는 1,000㎢ 면적 기준에 발목이 잡혀 그에 걸맞은 행정 권한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원주시의 대도시 특례 확보는 단순한 특혜가 아니라, 도시가 가진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한 당연한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다. 원주시가 대도시 특례를 확보해야 하는 당위성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율적 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원주시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강원특별자치도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대도시 특례가 부여되면 10만㎡ 이상의 대규모 주택 사업, 산업단지 지정 및 승인 등 주요 도시계획 권한을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업 투자 유치를 더욱 신속하게 진행하고, 인구 증가에 따른 주택 공급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도시의 성장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다.
둘째, 시민 삶의 질 향상과 행정 서비스 효율화다.
대도시의 경우 복합적인 행정 수요가 급증한다. 교통, 환경, 복지 등 광역적인 행정 서비스는 제한된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으로는 효율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 대도시 특례를 통해 시민 생활과 밀접한 소음·악취 관리, 광역 교통망 확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율적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거점 도시의 역할 강화다.
원주시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서남부권 거점 도시로서 인근 횡성, 영월, 평창 등 중소도시와 긴밀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원주시가 특례를 통해 행정 권한을 확보하고 성장하면, 인근 지역과의 상생 협력 모델을 주도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억제하고, 원주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역 성장 모델은 대한민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대도시 특례제도는 단순히 일부 도시에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역의 다양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적인 정책이다. 이는 결국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한 '5극 3특' 전략에서 원주시와 같은 지방 거점 도시의 역할을 강화하여 대한민국 전체의 국가 균형 발전을 실현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행정 권한을 가진 대도시들이 자유롭게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할 때,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다. 이제는 비합리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특례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