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강릉 말린 돌발 가뭄…대형 산불·복합 재난 우려

짧은 기간 내 수자원 고갈…폭염이 증발 가속화
극한 건조 상태 놓인 토양·대기…복합 재난 위험
“산불 시 확산 빠를 것…예·경보 체계 마련해야”

◇강릉의 주취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강원일보 DB

넉달만에 수자원이 바닥을 드러낸 강릉 가뭄이 단순한 물 부족을 넘어 대형 산불 등 2차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릉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7일 오후 1시 기준 12.6%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7일까지만 해도 평년 수준(82%)을 유지했으나 7월 중순 이후 20%대로 추락했다. 저수율 하락은 계속됐고, 이달 6일 12.9%를 찍으면서 ‘13%대의 벽’마저 무너졌다.

이처럼 짧은 기간 내 수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을 학계에서는 ‘돌발가뭄’이라고 부른다. 강수 부족과 고온 현상이 맞물려 발생하는데, 올해 강릉 가뭄 역시 두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 마른장마로 땅과 대기가 바싹 말랐고, 여름철 극한폭염은 토양의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켰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8월) 강원지역의 평균 기온은 24.9도로 평년(22.5도)보다 2.4도 높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강릉의 폭염 일수는 41일로 역대 1위였다. 반면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은 390여㎜로 평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토양과 대기가 극심한 건조한 상태에 놓여 산불 등 복합 재난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10년간(2015~2024년) 강릉의 연평균 강수량이 가장 적었던 2017년에는 강릉·삼척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나흘간 산림 1,017㏊가 불 탔다. 역대급 폭염이라 꼽힌 2018년 여름에는 석 달 동안 전국에서 10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토양이 메마른 상태에서 불이 나면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가뭄이 산불 등 복합 재난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는 “국내에서는 돌발가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감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체계적인 감시와 이에 맞는 예·경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