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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돌구이, 물닭갈비, 막걸리…광부밥상 속 탄광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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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문화 세계유산화]-탄광 디아스포라(7)
삼겹살 돌구이 탄가루 씻어내고 서로를 위로하는 연대의 상징
한달 두 번 광업소 쉬는 날엔 동료·가족 계곡 모여 돌구이 즐겨
춘천과 다른 물닭갈비는 탄가루 씻어나는 칼칼한 육수가 백미
강원일보 29~31일 정선 사북 650거리에서 광부밥상 축제

조정래 작가의 1986년작 대하소설 ‘한강’ 에는 막장에서 나온 파독광부들이 둘러앉아 삼겹살과 맥주를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종일 탄가루 속에서 일한 이들은 “삼겹살과 맥주가 몸 속에 쌓인 탄가루를 해독해준다”는 말로 서로를 위로한다. 광부들의 식사는 단순히 끼니를 떼우는 일을 넘어 탄광촌의 연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로 등장한다.

탄광촌의 하천, 계곡 등에서는 시커멓게 그을린 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광부들이 동료, 가족들과 함께 삼겹살 구이 등을 즐기던 흔적이다.

삼겹살돌구이의 핫플은 태백 절골, 당골, 문곡풀장 등이 유명했다.

광부들이 탄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삼겹살을 즐기며 ‘황사에는 삼겹살이 즉효’라는 속설까지 등장했다. 소설 한강에서 파독광부들은 삼겹살에 맥주를 마셨지만 원조는 막걸리다.

정선 함백광업소 선탄부 출신인 남춘자(정선)씨는 “매달 25일이 월급날이었는데 막내가 고기 먹는 날이라며 그날 만 손 꼽았다”며 “먼지가 너무 많아 목구멍에 돌이 있는 것 같고 따끔따끔했다. 퇴근길에 술집에 들러 막걸리 한두 잔 마시면 좀 나았다”고 말했다.

◇물닭갈비

태백, 삼척 도계 등의 물닭갈비도 탄광의 독특한 식(食)문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춘천닭갈비는 ‘구이요리’지만 탄광의 물닭갈비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육수를 부은 ‘전골요리’다. 국물이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내는 듯한 느낌도 있고 막장에서의 고된 노동 후 술 한잔 같이 하기에도 좋았다.

광부의 도시락은 반드시 파란색과 붉은색 보자기를 사용했다. 파란색은 안전을 기원하고, 붉은색은 잡귀를 막아 불운을 없앤다는 의미를 담았다.

◇파란 보자기의 도시락을 건네는 광부의 부인

탄광촌의 먹거리 문화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게 묻어있다.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은 “당시 광부들은 고향계(동향 출신 모임), 막장계(같은 근무조 동료들의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하며 한달에 두 번 정도 광업소가 쉬는 날에는 부인과 아이들까지 모두 함께 계곡으로 나와 삼겹살을 먹고 어깨춤을 추곤 했다”면서 “도시는 물론 농촌, 어촌 등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탄광촌의 문화”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일보와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은 29일 오후 6시부터 31일까지 정선 사북 650거리에서 7m 대형 광차 불판 돌구이 등 탄광촌의 식문화를 재해석한 제1회 광부밥상 축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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