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강릉 사상 첫 제한급수, 기후 대응 이젠 생존 문제

극심한 가뭄, 2018년 속초 이후 7년 만의 조치
79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 58.5% 전국 최저
광역 상수도망 확충 등 근본 대책 세울 때

강릉에서 사상 처음으로 제한급수가 시행됐다. 기후 위기가 수치로, 그리고 일상 속 불편으로 체감되는 현실이다. 동해안 일대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저수율이 최저치로 곤두박질쳤고, 급기야 강릉시는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제한급수라는 초유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2018년 속초 이후 7년 만의 조치이며, 지역 기후 리스크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여실히 나타낸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집계한 강원도 79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8.5%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강릉지역의 주요 생활·농업용수 공급원인 오봉저수지는 2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호, 초당, 사천 등 주변 저수지도 하나같이 30% 내외의 심각한 저수율을 보이며 ‘생활 필수 인프라’의 기능이 마비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가뭄은 단지 물 부족의 문제를 넘어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 위협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 현상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정상 기후로의 회복’을 기대하며 땜질식 대응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지금은 대응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이번 제한급수는 단기적 비상 대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 위기에 구조적으로 대비하는 지역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강릉시와 강원특별자치도는 가뭄에 대처한 물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며, 기후 적응형 도시로의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생활용수 절약과 같은 시민의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강릉시는 밸브 개도율 조정, 급수 차량 운반, 신규 급수공사 중단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이는 응급 처방에 불과하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으로는 광역 상수도망 확충, 해수 담수화 기술 도입 검토, 지하수 개발 및 재이용 시스템 구축, 스마트 물관리 체계 도입 등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과 농업 부문의 물 이용 효율을 높이는 기술·인프라 투자가 절실하다.

기후 변화의 직격탄은 취약한 지역부터 강하게 내리꽂힌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은 계절별 강수 편차가 크고 지형적 특성상 물 저장이 용이하지 않다는 지역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결점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기후 위기 대비 전략과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지방이 홀로 이 거대한 위기를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강릉의 제한급수는 우리에게 명확한 경고다. 물은 생존의 최소 조건이자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자원이다. 물 부족이 빈번해지는 시대에선 기후 대응이 곧 지역의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도 전역은 물론 전국 각 지역이 ‘강릉의 오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물과 생존을 둘러싼 위기가 눈앞에 있다.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기후 대응이 코앞에 닥치고 있다. 물을 지키는 일은 곧 지역을 지키는 일이며, 그 출발은 일시적 급수 조절이 아닌 구조적 변화를 위한 결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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