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의 대표 내수면인 소양호, 의암호, 섬강, 경포호 등에서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한때 겨울철 반가운 철새였던 민물가마우지는 이제 어족자원 고갈, 산림 훼손, 어업 피해를 유발하는 ‘생태계의 무법자’로 변모했다.
시베리아 동부와 연해주 등에서 번식하던 민물가마우지는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았지만, 기온 상승으로 겨울철 강과 호수가 얼지 않게 되면서 일부 개체는 아예 한반도에 정착해 번식하기 시작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번식 둥지 수는 2018년 3,783개에서 2023년 5,857개로 5년 만에 1.5배 이상 증가했다.
댐과 보 건설, 하천 정비 사업으로 호수화된 수역이 증가하면서 민물가마우지에게는 잠수 사냥에 유리한 ‘사냥터’가 확대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댐, 저수지 등의 인공 구조물이 안전한 번식지로 작용해 개체 확산에 기여했다.
흰꼬리수리 등 민물가마우지를 제어할 천적이 거의 없는 점도 개체 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다른 조류와의 경쟁에서도 민물가마우지는 뛰어난 잠수 능력과 집단행동 등의 특성을 활용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500g에서 1㎏의 어류를 섭취한다. 도내 내수면에는 붕어, 잉어, 피라미, 송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해 먹이 자원이 풍부하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군집 형성과 안정적인 번식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박헌우 춘천교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민물가마우지의 개체 수 급증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한반도의 새로운 번식지화, 댐 건설로 인한 안정적 생활기반 확보, 천적 부재, 먹이 자원 풍부라는 네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 내수면 생태계의 균형 회복을 위한 종합적인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현우기자·한림대미디어스쿨=박경현, 손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