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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매미와 오덕(五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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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기자

찌는 듯한 여름이 지속되면서 가장 신이 난 것은 매미들이다. 해마다 7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시작돼 8월 초 절정을 이룬다. 때론 아침 매미 소리에 잠을 깰 때도 있다. 매미는 여름만 되면 도심에서 한밤중까지 울어대는 통에 밉상이 되기도 하지만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의 매미 소리는 여전히 한여름의 정취를 더해준다. 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매미의 울음이 울려 퍼져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매미는 다섯 가지 ‘덕(德)’을 지닌 곤충으로 여겼다.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은 매미에게는 군자가 지녀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곧게 뻗은 긴 입이 선비의 갓끈 같다고 해 ‘문(文)’이고 둘째는 이슬과 나무 수액만을 먹고 사니 청렴하고 맑다 하여 ‘청(淸)’, 셋째는 곡식이나 과일을 탐하거나 해치지 않아 염치가 있다고 하여 ‘염(廉)’, 넷째는 자신이 살 집조차 짓지 않고 생활하니 욕심이 없고 검소하다고 해 ‘검(儉)’, 마지막 다섯 번째는 때에 맞춰 와 허물을 벗고 열심히 울고 돌아갈 때를 안다고 하여 ‘신(信)’이 있다고 표현했다. ▼매미는 7년을 땅속에 묻혀 지내다 7일 울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땅속 생활은 종별로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6~7년, 그리고 17년도 있다고 한다. 그 오랜 시간을 어두운 곳에서 내공을 쌓아 마침내 세상으로 나와서 환골탈태의 탈피 과정을 거치는 매미의 삶에 숙연함도 든다. 짧은 생애 동안 자기 소임을 다하고 홀연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매미의 애처로운 삶은 ‘오덕(五德)’을 추앙했던 성현들의 삶과 다름없다. 탐욕과 작은 이해관계로 남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작금의 세태와 비교된다. ▼7일은 ‘입추(立秋)’다. 주변의 나무에서 맹렬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무더위가 지나가고 가을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들녘의 작물도 가을 열매를 위한 인고의 시간으로 한여름 태양을 온몸으로 견뎌낸다. 여러 가지로 시끄러운 시절이다. 여름을 잘 견뎌낸 자가 누릴 수 있는 가을이 주는 풍성한 선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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