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강릉) 원내대표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대선 패배 이후 내홍을 겪고 있는 당 구성원들을 향해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와 탄핵,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찰과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면서도 분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무엇보다 성찰과 혁신이라는 가치가 당권투쟁으로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제1야당이라는 자산이 있으면서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실패와 탄핵이라는 부채도 있지만, 자산과 부채 중 하나만 취사선택할 수 없다"며 "당의 일부가 자산만 취하면서 다른 일부에게 부채만 떠넘기려는 행태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이것은 기회주의이면서 동시에 분파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누구 탓을 하며 분열하지 말자. 같은 당의 동지를 절멸의 대상으로 보지는 말자"라며 "과거 우리는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의 갈등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최근까지도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의 갈등으로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차기 지도부가 우리 당의 아픔을 잘 치유해주길 바란다. 국민의힘이 분열의 늪을 벗어나 소속 의원 개개인이 모두 당을 위하는 정예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 원내대표는 "저는 윤석열 정권 탄생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후 저에게는 친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다녔다"며 "그러나 저는 대통령에게 아부한 적도 없고 특혜를 받은 적도 없다. 인수위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 내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오히려 저는 대선 시기부터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중도에 포기한 바도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은 위법적인 계엄이며 정치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지금도 왜 계엄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영입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당에 경쟁력 있는 대권후보가 없었다"며 "영입해서 정권교체를 이룬 점에 대해선 전혀 후회하는 바가 없고 그때는 그런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것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떠나더라도 당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비판이 두렵지는 않았다. 이미 독이 든 성배를 마시기로 한 마당에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비난도 감수하고자 했다"고 회고했다.
권 원내대표는 "재임 기간 내내 민주당과 강하게 맞서 싸우면서도 국민의힘 내부로부터 부당한 비난을 받았다"며 "그러나 하나하나 대응하지는 않았다. 당내 갈등이 부각될수록 선거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기 중 잘한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당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통합하려고 노력한 점"이라며 "정말 제 속이 문드러지고 자존심이 상해가면서까지 인내하면서 또 참았다는 점은 저 스스로 평가해도 잘한 점"이라고 답했다.

대선 기간 이른바 '후보 단일화 파동'에 대해서도 "그 당시 절차라든가 필요성, 국민과 당원의 여론 등 모든 걸 감안해서 진행했다"며 "법적, 정무적 판단에 어떤 하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평가로 "윤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윤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캐릭터나 업무 스타일에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며 "소통과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고 당 조직원들과 의사 조율을 통해 타협하는 자세를 배운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당을 맹비난하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대해선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후보 단일화 문제가 위헌 정당으로 해산 요건에 해당한다고 그렇게 주장하는데 그건 정말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2일 전임 추경호 원내대표의 사퇴로 치러진 경선에서 당선됐다.
연일 이어지는 살얼음판 정국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쌍권' 체제를 이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당 수습 및 안정화에 총력을 쏟았고, 이는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1대 대선 패배 이후 친한계 등으로부터 이른바 '후보 교체 파동'을 비롯한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됐고 결국 6개월 만에 중도 사퇴하게 됐다. 그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첫 원내대표를 맡았다가 5개월 만에 물러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