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 24일, 대전역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철도 중심지이자 중원의 심장인 이곳에서 유권자들은 대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말을 아꼈다. “어디다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 속엔 충청권 특유의 신중함이 녹아 있었다.
충청은 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대전·충남·충북 모두에서 근소하게 앞서며 당선됐지만, 지난해 총선에선 민주당이 다수 지역을 차지해 민심이 출렁였다. 이번 대선 역시 충청 민심이 마지막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후보의 이미지보다 정책의 진정성과 지역 실익을 중시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역 광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5) 씨는 “늘 충청이 중요하다지만 바뀐 건 없다”며 “이번에도 결과는 투표 당일까지 모를 것”이라 했다. 세종 종촌동에 사는 유모(47) 씨는 “말 없는 민심이 제일 무섭다”며 “충청이 다시 한 번 판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후보의 공약에 대한 회의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30대 직장인 이지수 씨는 “해수부는 옮기겠다면서 행정수도는 미룬다니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고, 대전 동구에 사는 홍모(44) 씨는 “김문수 후보의 광역급행철도 공약도 전국 단위인데 충청에만 주는 것처럼 말한다”며 재원 마련 방안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꼽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청주에서 식자재를 사러 온 박모(57) 씨는 “지금은 외교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절박하다”며 “당장 대출 숨통부터 틔워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청 민심은 조용하지만 결코 무관심하지 않다. 유권자들은 조용히 무게를 재며 표심을 정하고 있다. 실제로 충청은 매번 현실 정치의 흐름을 바꿔왔고, 이번 대선에서도 그 선택은 전국 판세를 가를 중대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손아현(29·대전 유성구 원신흥동)씨는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본질에 집중해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시위에도 참여했다는 손 씨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 속에서 자신이나 특정 집단만의 이익보다, 10년 20년 뒤에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후보를 고민해야 한다"며 "넓은 시야와 장기적 안목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전일보=조은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