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기후테크 산업 핵심 거점’ 유치, 전략 중요하다

道·삼척시, 국가 CCUS 진흥센터 공모 나서
철강·화학 등 타 산업과의 연계도 제시해야
주민과의 협력과 신뢰 간과해선 안 돼

강원특별자치도와 삼척시가 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가 기후테크 산업의 중추를 담당할 ‘국가 CCUS 진흥센터’ 공모에 도전장을 냈다. 공모 결과는 6월 중 발표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전환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지역이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은 산업계의 탄소 중립을 실질적으로 가능케 하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최대 15%가 CCUS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망된다. 특히 탈탄소화가 어려운 시멘트, 철강, 화학 산업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술로 간주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CCUS 기술의 정책·시장·연구개발을 통합적으로 조율할 컨트롤타워인 ‘국가 CCUS 진흥센터’는 국가 기후 산업 전략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와 삼척시는 이미 수천억원대의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역량과 명분을 모두 갖췄다는 평이다. 특히 한라시멘트, 삼표시멘트, 에코프로 HN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전환 실증사업은 e-메탄올, 탄산리튬, 건축자재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과 직접 연결된다. 그러나 이런 잠재력만으로는 공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기후테크 산업은 기술이나 환경 문제가 아닌 국가 산업 정책과 직결된 종합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 ‘거점 센터’의 역할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를 주도하는 것을 넘어 산업계·학계·정부·지자체 간 조율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허브 기능까지 포함한다. 강원도와 삼척시는 이러한 복합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전략적 설계와 연계 계획이 요구된다.

우선은 산업 인프라의 통합화가 필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실증사업은 시멘트 산업에 기반하고 있으나, 여기에 철강·화학 등 타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제시돼야 한다. 예컨대, 동해항과 연관된 수출입 체계, 강릉과 속초를 잇는 산업벨트와의 연결 등이 거점 구축의 현실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리고 인재 및 전문기관과의 공조가 중요하다. CCUS 기술은 다양한 학제 간 협력이 수반돼야 하는 고난도 분야다. 관련 대학, 연구기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체계를 미리 갖추는 것이 설득력 있는 유치 명분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주민과의 협력과 신뢰 형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CCUS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과정에서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이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교육, 모니터링 체계를 병행하지 않으면 기술적 타당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은 해외 사례에서도 반복 확인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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