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마약 범죄의 새로운 경유지이자 소비지로 떠오르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최근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서울본부세관의 합동수사 결과, 강릉 옥계항을 통해 약 1조원 상당의 코카인이 밀반입된 사실이 밝혀졌고, 횡성에서는 국제 마약 제조 조직이 직접 기술자를 보내 마약을 만든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강원도가 국제 마약 조직의 본거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마약 범죄가 단순 유통을 넘어 실제 소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핑 열풍으로 젊은 층이 몰리는 동해안 해변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마약을 투약한 채 역주행하다가 검거된 운전자, 해수욕장 인근 공공화장실에서 마약을 투약한 10대 학생의 사례는 마약이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님을 방증한다. 마약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일상 가까이에 침투하고 있다.
마약은 한 번 발을 들이면 회복이 어려운 중독성과 개인은 물론 가정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파급력을 갖는다. 때문에 사회 전반이 총력 대응하지 않으면 결코 뿌리를 뽑을 수 없다. 최근 경찰이 여름철을 대비해 동해안 해변 지역에 대한 집중 단속을 예고한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지만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범죄 조직은 단속의 틈새를 비집고 새로운 루트를 찾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우선은 마약 반입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항만·공항 보안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옥계항과 같은 중소 항구는 대형 항만보다 감시가 느슨하다는 점에서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첨단 감시 장비와 인력의 보강이 절실하다.
그리고 지역 내 마약 제조 및 유통이 불가능하도록 지방정부와 수사기관, 보건 당국이 긴밀한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다. 특히 마약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통 관리도 지금보다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젊은 층이 몰리는 해변, 클럽, 게스트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마약 오남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쳐야 함은 물론이다. 단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각심을 심는 일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마약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학교, 가정,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경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강원도는 그동안 청정 자연과 건강한 이미지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마약 범죄의 온상이란 오명은 이러한 강원도의 긍정적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더 이상 방치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