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주말인 22일 건조한 날씨 속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면서 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 등 4명이 숨지고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다.
이틀째 이어지는 경남 산청지역 산불이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30건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하자 산림청은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정부는 산불 피해가 큰 경남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위해 경상남도, 경상북도, 울산광역시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경남 산청에는 특수진화대·전문진화대를 비롯해 공무원·경찰, 소방, 군인 등 1천300여명과 장비 120대가 투입됐지만 큰 불길이 이틀째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3단계'는 피해 면적 100㏊ 이상, 평균 풍속 초속 7m 이상, 진화(예상) 시간 24시간 이상일 때 발령된다.
오후 한때 진화율이 75%까지 올랐으나 건조한 대기와 산 정상에서 부는 초속 10m 이상의 강한 바람으로 진화율이 곤두박질쳤다.
산청군 시천면에서는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창녕군 소속 진화대원 등 4명이 역풍에 고립되며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대원들과 함께 출동했던 5명의 대원은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중 4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주민 1명이 다친 것을 합치면 부상자는 총 6명으로 늘었다.
전날 산청 7개 마을의 주민이 대피했고, 이날도 마을 8곳에 추가 대피령이 내려지며 이재민은 263명으로 늘어났다. 주택 7채도 불에 탔다.
산불영향 구역은 652㏊로 확대됐고, 전체 화선 중 남은 불의 길이는 21.7㎞로 파악됐다.
화재는 헬기가 뜰 수 있는 일몰 전 진화에 실패하면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도 이날 오전 11시 24분께 산불이 발생해 산림 당국이 대응 '3단계'를 발령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성군은 이번 화재가 성묘객 실수로 인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산 정상에서 시작된 불은 초속 5.6m 강한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8㎞가량 떨어진 의성읍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건조한 대기에 강풍까지 겹치며 불똥이 날아가 번지는 '비산화'도 나타났다.
산림당국은 불이 난 산의 지형이 30도 정도 경사가 져 가파른 점도 뜨겁고 가벼운 불이 더 잘 번지는 요인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수진화대 등 인력 1천355명과 진화차 등 장비 124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진화율은 3%대에 그친다.
의성읍 철파리와 안평면 신월리 등에서 주민 484명(오후 6시 기준)이 의성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또 의성읍 요양병원 환자 150명은 안동도립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성군에 있는 비지정 문화재 운람사가 전소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발생했다.
산불로 인해 중앙선 안동∼경주역 구간 열차 7대 운행을 중지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청주영덕선 서의성IC∼안동분기점 양방향, 중앙선 안동분기점(상주방향) 등 2곳이 전면 차단됐다.
산불에 따른 영향 구역은 300ha로 집계됐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 야산에서도 이날 낮 12시 12분께 산불이 발생해 산림청이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하고 있다.
불이 나자 인근 마을 2곳에 거주하는 46가구 8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또 화재 현장과 인접한 부산울산고속도로 온양나들목 인근 양방향 도로가 통제됐다가 해제되기를 반복했다.
현재까지 진화율은 70%이고, 피해 면적은 약 35㏊다.
산림청 실시간 산불정보를 보면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이날 발생한 크고 작은 산불은 총 30건으로 현재 6건의 불이 진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야간에는 헬기가 뜨지 않는 만큼 화재 현장은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이날 일몰 전 주불 진화가 불가능해지면서 진화가 더 장시간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몰 이후에는 진화 헬기 운용이 어려워 밤사이 진화작업은 인력과 장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진화 속도가 다소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산림당국은 일몰 이후 1천명 안팎의 인력과 장비 100여대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에 주력한다.
산림청 진화대는 당초 발화구역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당국은 대단위 민가 시설물 주변을 중심으로 진화작업을 수행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남고북저'의 기압 속 기온이 높고 건조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현재 남쪽엔 고기압, 북쪽엔 저기압이 자리한 기압계가 유지되며 서풍이 불고 있다.
이에 동해안과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서풍이 불면 산지가 많은 백두대간 동쪽의 기온이 크게 오르고 대기가 건조해진다.
공기가 산을 타고 오를 때 차고 건조해졌다가 정상을 넘어 내려갈 때 다시 따뜻해지면서 산 아래 지역에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현상'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말엔 따뜻한 공기가 뚜껑처럼 산 위를 덮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백두대간 동쪽으로 고온 건조한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고 있다.
오후 5시 기준 서해안 쪽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습도가 25% 이하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건조특보가 발효된 동해안과 경상권 내륙, 충북(영동), 제주도에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당분간 그 밖의 지역에서도 대기가 차차 건조해지겠다"면서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겠으니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