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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김주연 ‘강원도의 눈’…“강원도에서 피어난 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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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 평론계와 독일 문학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김주연(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시인이 문학과 철학이 어우러진 자신의 첫 시집 ‘강원도의 눈’을 상재했다. 시집은 6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비평가로서 쌓아온 깊이 있는 문학적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교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시인은 자서(自序) ‘먼 가까움’ 자체를 한편의 시와 같이 구성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시적 감수성을 드러냈다. 시집에 담긴 시들을 “뜬금없이 솟아나는 작은 글” 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시가 숙고의 결과물이 아닌 순간적으로 떠오른 영감이나 내면의 울림에 따라 자연스럽게 쓰여진 것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비평가로서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김주연이 아닌 시인 김주연의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면모를 상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자신의 원적지가 서울이 아닌 북강원도 이천군 이천면 탑리임을 밝히며, 비록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강원도에 대한 깊은 애정과 특별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 해설을 맡은 우찬제 문학평론가도 “이 시집은 강원도의 자연 속에서 생성된 사유가 언어로 형상화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시집에는 ‘강원도’ 연작을 비롯해 ‘카페 플라츠’, ‘가을 기도’ 등 자연과 시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54편의 작품들이 담겨 있다. 특히 ‘강원도의 풀’은 “강원도의 풀이 온 누리를 덮고 / 지구의 들숨 날숨을 지켜준다”라는 구절을 통해 강원도의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력을 시적으로 형상화 해 눈길을 끈다. ‘경포 호수’에서는 수면 위에 비친 기억과 시간의 겹침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감을 창출하며, ‘평창군 대화면’에서는 유년 시절의 잔상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치 않는 본질을 탐색한다. ‘로뎀나무’는 성서적 이미지와 결합해 존재의 안식처를 찾으려는 시적 화자의 내면 여정을 보여주며, ‘시베리아’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연대와 희망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신칸트학파와 낭만주의 정신에 영향을 받아온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개인과 역사, 현실과 초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여정을, 시 안에 철학적 사유를 담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학과 지성사 刊. 156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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