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폭행 사건이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흡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은 2020년 1,461건, 2021년 1,239건, 2022년 1,159건, 2023년 1,157건 등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1월15일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외상외과 교수가 환자 보호자로부터 폭행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강원도에서도 2024년 10월5일 춘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50대 남성이 간호사 2명과 보안요원 2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런 유형의 폭행은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의료진이 의료 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위해를 입는 문제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러한 폭행 사건을 엄중히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 환자의 구조, 이송, 처치 중인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중상해에 이르지 않거나 사건이 응급의료법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는 경우 단순 폭행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 법 개정을 통해 의료진 보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해외에서는 의료진 보호를 위해 보다 엄격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에서는 의료진 폭행을 중범죄로 간주하며 가해자에게 최대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주도 있다. 영국 또한 의료진 폭행을 중대 범죄로 다루며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의료진 폭행을 단순한 개인적 분노 표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의료진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응급의료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모든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행 사건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강력한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병원 내 보안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의료진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대다수의 병원은 응급실에서만 제한적으로 보안 인력을 운영하고 있어 일반 병동이나 외래 진료실에서는 의료진이 폭행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의료진 폭행 사건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와 예방 시스템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