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삼척 장호항, 고성 봉포항, 강릉 강문항이 해양수산부의 어촌 신활력 증진 사업 공모에 선정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어촌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모 선정이 곧바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체계적인 계획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이번 사업으로 삼척 장호항에는 300억원이 투입되어 수산물 복합센터와 청년 비즈니스 복합공간이 조성된다. 고성 봉포항에는 100억원이 투자되어 어촌 공동체의 소득원을 확대하고 어르신 맞춤형 생활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강릉 강문항은 50억원을 들여 안전기반시설이 구축되며 방파제 연장과 어업 환경 개선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규모가 큰 사업이지만 단순한 시설 건립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어업인 및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살펴야 할 것은 사업이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되는가 하는 점이다. 공모 선정 과정에서 지역 특성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국적인 사업 틀에 맞추다 보면 지역별 특성이 내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 사업이 지역 어촌의 현실을 반영하는 맞춤형 발전 모델이 돼야 한다. 장호항의 경우 관광객 유입이 많은 만큼 수산물 복합센터는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라 지역 특산물과 연계된 체험형 공간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고성 봉포항과 강릉 강문항 역시 단순한 기반시설 확충을 넘어 실질적인 지역경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봉포항은 원주민과 어업인의 경제적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해야 하며, 강문항은 안전기반시설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어업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방파제 연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꾸준한 어장 환경 보호와 현대적인 어업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어업인, 주민들의 긴밀한 협력도 필수적이다.
행정 주도의 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역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지속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모사업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면 사업 추진 및 운영 과정에서도 이들의 의견을 계속해서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기적인 유지 관리 계획이 중요하다. 상당수 공공 사업이 초기 투자에는 집중하지만 이후 운영과 유지 관리에는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사업이 끝난 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시설만 남고 경제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 종료 후에도 유지 보수 예산을 확보하고, 지자체와 지역 공동체가 협력해 사업을 지속 가능한 모델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