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상민 "계엄 당시 언론사 전기·물 공급 끊으려 한 적 없고, 지시받은 적도 없다"

"대통령실 종이쪽지에 적힌 건 봤다…소방에 국민 안전 챙기라 당부"
"계엄 전 집무실 들어가 만류…국무위원들도 외교·경제 영향 등 우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헌법재판소 제공]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2.11 [사진공동취재단]

속보='12·3 비상계엄'으로 국회가 탄핵소추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 당시 언론사의 전기·물 공급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이와 관련해 지시받은 적도 없다고 헌재에서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은 11일 오전 헌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7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작성한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줬다고 적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이 전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에서 그런 조치는 아예 배제돼서 지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이나 소방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는 건 다 알려진 상황이었고, 대통령께서 누구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저에게 그런 유형의 지시를 내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은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머리말에는 '소방청장'이라는 단어가 있었으며 MBC·JTBC·한겨레·여론조사 꽃의 이름도 있었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증언이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만류하러 들어간 자리에서 짧게 1∼2분 머무를 때 잠깐 얼핏 보게 됐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사무실에 돌아와 소방청장에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국민의 안전에 대해 최우선으로, 그리고 꼼꼼히 챙겨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며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제가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2025.2.11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장관은 또 '계엄 선포 전 만류 의사를 전달했냐'는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의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했을 당시와 국무회의 상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상세히 답했다.

이 변호사가 "계엄 선포 당일 오후 8시40분께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이 길지 않을 것이다. 탄핵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했냐"고 묻자 이 전 장관은 "그렇다. 표현상 차이인데 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게 아니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 전 장관은 직접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만류하는 의사를 전달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두세번 집무실에 들어가 윤 대통령과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국무위원 11명이 모인 뒤 윤 대통령이 정장을 갖춘 후 다시 들어왔고, 저희들이 대통령을 만류하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그러자 윤 대통령이 '경제·외교의 영향과 정무적 부담을 다 안다. 신중히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위기감, 책임감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찬성·반대를 명확히 밝힌 국무위원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45년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된다면 국민이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외교·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추후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에 상당히 걱정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헌법재판소 제공]

그러면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찬성·반대를 밝히는 자리가 아니었고, 몇몇 분이 얘기하면 대부분 공감하며 말씀을 추가로 하는 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작성 책임자인 행안부 의정관이 참석하지 못했다"며 "무엇보다 선포 이후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비상계엄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더이상 작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국무회의 부서(법령이나 대통령의 국무에 관한 문서에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함께 서명) 절차와 관련해 직접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부서는 대통령의 법적 행위에 대해 하는 것이지 국무회의에 대해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묻자 이 전 장관은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과 관련한 지시 사항이 적힌 쪽지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이 변호사 질문에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며 "대통령이 (문건을) 주면 줬지, 보여줬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대통령께서 저에게 어떤 지시를 했다면 비상계엄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소방청장에게 전달하지, 대통령의 지시를 무려 2시간 넘게 뭉개고 있다가 소방청장에게 전화하는 기회에 전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 이후 자신이 두 번째로 탄핵소추된 것에 관해선 "내란에 동조했다는 것이었는데 황당해서 소추 사유를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가 "경찰 출동에 대해 사전에 알지도 못했고 경찰에 대한 지휘권도 없는데 왜 국회가 탄핵소추를 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 전 장관은 "국회의 무차별적 탄핵 남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결국은 국정 방해, 발목잡기라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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