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유병욱의 정치칼럼]권성동은 왜 ‘개인 자격’으로 윤석열을 만날까

계엄 이후 위기 몰린 국민의힘 이끌어 온 권 대표
보수단체와 거리두고 대통령 만날때도 ‘개인자격’
탄핵 이후 대비, 정당을 뒤로 숨기는 것으로 분석
정치적 소신도 한몫…행후 당 어떻게 이끌지 관심

◇유병욱 서울본부장.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연일 성명 발표와 집회를 개최하면서 비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자칫 이러한 분위기가 조만간 있게 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부 국회의원들의 시위와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제외하면 신중모드로 접어든 분위기다. 지도부는 11일 야당의 총공세에 대해 “(민주당이)국회의 본령인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장외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데 우리 당은 지금과 같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차원의 집회나 시위 등의 실력행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석방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강성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참에 아예 탄핵 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와 보수단체의 집회 참가 등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반면 대통령 석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이들은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을 때를 걱정한다.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야당 탓만을 하는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극우적 발언을 쏟아낸다면 계엄에 반대한 70% 이상의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윤심(尹心)에 기댄 강성 보수 성향의 누군가가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고 이들은 예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의 석방이 오히려 국민의힘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도 이와 유사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네번째)가 지난 2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권성동 원내대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위기에 몰린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최근에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 대표는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민주당의 잇따른 장외투쟁에 대해 맞대응을 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을 자제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당이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11일 열렸던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헌재 판결 전후의 국정 안정과 혼란 수습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라면서 이들을 설득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시위하거나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원 각자의 소신일 뿐”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한 관저 앞 집결이나 탄핵 반대 집회에도 권 대표는 가지 않았고 2월에 구치소 방문 때에도 인간적 도리에 따른 ‘개인 자격’임을 강조했다. 대통령 석방 이후인 지난 10일 관저 방문을 두고도 신동욱 국민의힘 대변인은 “석방된 첫날 아마 통화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찾아뵙겠다', '와라' 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전에 논의된 공식 방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월12일 서울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여의도에서는 권 대표가 보수단체와 거리를 두고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당을 철저히 뒤로 돌려놓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로는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중도층을 끌어오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가 당 만큼은 ‘극우’ 또는 ‘계엄 옹호’ 이미지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의도다.

두 번째는 개인의 정치적 소신과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권성동은 의회주의자다.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고, 대통령제를 유지하더라도 상·하원제로 운영, 의회의 발원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그가 계엄을 옹호하거나 폭력적 극우세력들과 정당이 동일시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통령 측과의 교감 아래 대선을 앞두고 고도의 정치적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으나 그동안 윤 대통령의 행보로 봤을 때 그런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은 5선 국회의원에 대선만 3차례 치른 정치 베테랑이다. 그가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어떻게 당을 이끌어갈지 관심이다. 특히 탄핵이 인용된다면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윤석열’과는 어떤 스탠스를 유지해갈지도 궁금하다. 권 대표에게 많은 정치적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때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