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재료비 인건비 올라 장사 힘들어” 경기 불황 고물가에 도내 외식업계 줄폐업

지난해 도내 일반음식점업 3,176곳 폐업
코로나 때보다 증가…2013년 후 두 번째
음식점 창업은 전년대비 345건 줄어들어

◇봄기운과 함께 기온이 오르며 날씨는 풀리고 있지만 국내·외 문제로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3일 춘천시 명동 인근 브라운5번가 일대의 상가 곳곳이 비워진 채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박승선기자

13일 점심시간 찾은 춘천 명동 일원 식당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이었지만 손님이 없거나 1~2개의 테이블만 손님이 있는 식당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과거 손님이 줄을 섰던 일식집, 레스토랑 등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 중인 50대 A씨는 “요즘 하루에 받는 손님이 다섯 팀도 안되는 날이 다반사”라며 “안 그래도 장사가 안되고 있는데 채소, 해산물 등 식재료값은 줄줄이 올라 버텨내는 것도 힘겹다”고 호소했다.

대학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음식점이 즐비한 강원대 후문 인근도 ‘임대’ 공고가 붙은 업소가 한 건물당 1곳 이상이었다. 입학 시즌인 3월이지만 식당을 찾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식당가는 한산한 반면 편의점에는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발걸음을 한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양식집 사장 B씨(43)는 “식자재값이 너무 뛰어 최근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며 “요즘 외식비를 아끼려는 학생들이 늘어 매출도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강원지역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일반음식점업 3,176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2,729곳)보다 16.4%,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2,187곳)보다도 많은 수치다. 일반음식점업 폐업은 2013년(3,460곳) 이후 11년만에 3,000곳을 넘기여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도 2월까지 두달 간 322곳이 문을 닫았다.

반면 경기 불황으로 음식점 창업은 줄었다. 통계청의 창업기업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도내 숙박 및 음식점업 창업은 2023년 보다 345건(4.9%) 줄어든 6,750건이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창업 건수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식업계 폐업이 늘고, 창업이 감소하는 원인으로 역대급 불경기와 물가 상승이 꼽히고 있다. 강원지역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2%대의 상승세를 그리고 있으며,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 상승폭(3.1%)은 전국 평균(2.6%)을 웃돌았다.

무(121.3%), 배추(62.9%) 등 채솟값은 물론 돼지고기(10.8%), 국산쇠고기(8.9%) 등 축산물 가격마저 인상됐으며, 수온상승으로 김(30.7%), 굴(19.2%) 등 수산물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또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오르면서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 등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자영업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오래됐지만 외식 등 외부 소비를 줄이는 소비 행태는 그대로 굳어있다. 여기에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아직 버티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자영업자 수는 올해에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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