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나라는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 신문이 생중계되며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인들은 탄핵심판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에 각자의 기억을 토대로 답변하고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질문 방식과 상황에 따라 증언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억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며 환경과 압력 속에서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억의 재구성’이라 부르며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해석되고 외부 영향으로 변형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따라서 법정에서는 기억보다 객관적 증거가 더욱 신뢰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이 왜곡될 수 있어도 진실은 결국 드러난다. 법정에서도 서로 다른 주장이 오가지만 논리적 모순과 객관적 증거를 통해 진실이 밝혀진다. 손자병법에서도 “모략이 아무리 교묘해도 사실과 어긋나면 패망한다”고 했다. 순간적인 변명과 조작이 통할 수는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진실이 승리한다는 의미다. 법정에서는 녹취, 문서, 영상 등 객관적 자료가 기억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증거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향한 사회적 신념이라고 하겠다. 법은 단순한 공방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진실을 향한 노력과 의지를 멈춰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갈망으로 진실을 원한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법정 공방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지만 결국 진실이 승리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현실에서도 그러한 정의로운 결말을 바라는 마음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늘 편향되지 않은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진실을 기다려야 한다는 냉정함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법과 정의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면서 사회 전체가 진실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도록 관심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