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주인공의 서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강원 공연계에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여성들의 발걸음을 따라 펼쳐지는 극의 향연을 소개한다.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는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 수월경화(水月鏡花)’가 펼쳐진다. 여성의 재능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조선시대. 허난설헌의 곧은 신념과 천재적 글솜씨는 당대 문인들의 극찬을 받았지만, 시대적 한계에 갇혀 더 멀리 뻗어나가지 못했다.
이번 무대에서 안무가 강효형은 아름답고도 가혹했던 허난설헌의 삶을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냈다. 허난설헌의 작품 ‘감우’와 ‘몽유광상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무대는 난초의 향그러운 잎을 닮았던 여인의 꿈이 시대의 서리에 시들어 가는 과정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물에 비친달, 거울에 비친 꽃 처럼 훌륭했던 시의 정취와 대비되는 허난설헌의 짧은 생애는 국립발레단의 유려한 몸짓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오는 21일 춘천 아트팩토리봄에서는 문화프로덕션 도모의 피지컬 씨어터 ‘하녀들’이 무대에 오른다. 황운기 연출가(도모 이사장)가 프랑스 작가 장 주네의 명작 ‘하녀들’을 도모만의 해석으로 풀어낸 작품은 저마다의 가면 속 숨긴 인간의 욕망을 조명한다.
마담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증오를 두 하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작품은 극중극 형식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비춘다. 간결한 무대 위에서 터져나오는 욕망과 부조리는 ‘이 시대의 마담은 과연 누구인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