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강원도 겨울축제의 연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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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림 홍천주재 부장

홍천에 오기 전에는 몰랐다. 겨울 축제장의 얼음판을 만드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지. 남산교를 오가며 본 홍천강은 축제 한 달 전부터 얼음 낚시터 둑막이 공사가 한창이었다. 홍천강은 국가 하천인 만큼 원주지방환경청과의 협의도 필수였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많은 인파가 올라가도 안전한 30㎝ 가까운 두께의 얼음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처절했다. 추운 날씨란 하늘의 도움도 필수였다. ‘굳이 저렇게 까지 해서 개최해야 할까’ 란 생각도 들었지만, 공사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지역 업체 차량이 오가고, 임시직 근로자 190명은 분주했다. 이번 축제 기간 일할 근로자 채용 경쟁률은 2대1. 그들의 얼굴에서 겨울에도 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사계절 이어지는 수 많은 지역 축제 중 외지인 관광객 비율도 가장 높았다. 먹거리 특산품이 아니라 ‘얼음 낚시’라는 경험을 얻기 위해 광주, 전주, 대전, 세종 등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였다. 이 중 두 가족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인천에서 온 50대 부부는 “화천 산천어축제, 평창 송어축제를 다녀왔고, 홍천강 꽁꽁축제도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반대의 사례도 있었다. 인천에서 20대 자녀와 함께 온 50대 부부는 “당일치기로 올 수 있는 거리여서 강원도 얼음 낚시 축제에 처음 와봤다”고 말했다. 전자는 강원도 겨울축제 원조인 산천어 축제의 ‘낙수 효과’를 보여줬고, 후자는 후발 주자이지만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홍천강 꽁꽁축제의 ‘유입 효과’를 보여줬다. 외지인 관광객들에게는 ‘강원도 겨울 축제’라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요한 것은 연결 관계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바라트 아난드는 그의 저서 ‘콘텐츠의 미래’에서 “콘텐츠 함정에서 벗어나 연결과 융합이 창조하는 시너지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개별 콘텐츠의 질이 좋으면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라 확신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 사용자의 연결, 제품 연결, 기능적 연결 관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홍천군이 지난해 인삼한우 명품축제 방문객 14만여명의 신용카드, 휴대전화 빅데이터로 동선을 분석한 결과, 외지인 방문객 중 최소 28%~ 최대 59%는 강원도 타 지역을 방문한 후에 홍천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왔다. 다른 지역의 가을축제, 관광자원과 연계한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였다. ‘콜라보’라 불리는 협업 마케팅은 지역 축제에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겨울 축제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 많았다. 신영재 홍천군수는 산천어 축제장을 방문해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겨울 축제 노하우를 들었고, 육동한 춘천시장은 꽁꽁축제장을 방문해 응원했다. 매표소에는 춘천의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브로셔도 전시됐다. 류희상 화천군의장 등은 꽁꽁축제장을 방문해 박영록 홍천군의장 등과 교류했고, 홍천군의원들은 평창송어축제장을 방문했다. 이춘만 인제군의장 등은 꽁꽁축제장, 산천어축제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경쟁이 아니라 상생 관계를 구축하는 지역 풀뿌리 정치의 좋은 사례였다.

사실 강원도 겨울축제는 운명 공동체다. 온난화라는 큰 위협에 맞서 겨울 축제장 얼음판을 지켜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위기 극복 노하우를 공유할 수도 있고, 공동으로 대정부 건의를 할 수 있다. 강원도 겨울축제는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인제 빙어축제가 2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남의 일’이 아니라 연대가 필요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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