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가운데,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해선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교사 정범으로 기소된 고(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 씨에게는 위증 일부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할 당시 김진성이 증언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재명이 각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재명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위증교사 재판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음에 따라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고 지목된 시기는 그가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대답했다는 등의 이유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받던 때였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분양 특혜 의혹'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김 전 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이 대표는 김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토론회 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취재진을 만나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길긴 했다"면서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말했다.
이 대표는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은 큰 바닷속에 좁쌀 한 개에 불과하지 않겠나"라며 "우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치가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것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 합시다'라고 정부와 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같은 선고 결과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들이 쏟아졌다.
특히, 일각에선 열흘 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과 마찬가지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형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점에서 이번 무죄 선고를 두고 '더욱 극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증거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심리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진실을 밝혀준 사법부에 감사하다"며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적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선고 직후 입장문에서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하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검찰이 아무리 정적을 제거하려 해도 없는 죄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걸 증명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서영교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한 판결"이라면서도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도 2심에서 바로잡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건 조작으로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최종 책임자 윤 대통령은 즉시 사과하고 사퇴하라"라고 적었고, 양문석 의원은 "이제 우리는 거침없이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인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고, 끝까지 싸워서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눈물난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우리 승리하리라"고 언급했다.
이날 선고 직후 이 대표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을 나선 김민석·이언주 최고위원,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의 경우 코끝이 빨개진 채 울먹이거나 손으로 눈물을 닦는 듯한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나오면서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0기)에게 관심이 쏠린다. 이 사안을 놓고서 법조계에서는 유무죄 판단 여부에 대해 관측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1심 결론은 무죄로 귀결됐다.
전남 장성 출신으로 서울 우신고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김 부장판사는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공군법무관 복무 뒤 2004년 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 서울동부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내는 등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줄곧 담당했다.
지난해 2월 정기 법관인사로 선거·부패를 담당하는 형사합의33부를 맡게 됐고, 올해도 이동 없이 같은 재판부를 담당하고 있다.
부패 전담 재판부로 오면서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재판과 박영수 전 특검의 '대장동 50억 클럽' 재판 등 굵직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여러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왔다. 특히 내용이 복잡하고 당사자 간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일련의 사건을 심리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소송지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등 사건 첫 공판에서는 정씨 변호인이 앞서 법원 밖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삼갔으면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보석이 허가된 정씨에 대해 검찰이 정씨의 외출 동선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조회를 신청하자 "검찰이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는 명확한 자료가 없는데도 사실 조회 등으로 신변을 조사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나 당사자 평등 원칙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씨의 보석 조건 이행 여부는 법원이 직권으로 확인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또한 김 부장판사는 정치 일정 등을 이유로 한 이 대표 측의 불출석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공판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대표가 올해 초 피습사태 이후 건강상 이유로 당분간 출석이 어렵다고 밝히자 "이 대표 일정에 맞춰 재판을 진행하면 끝이 없다"며 피고인이 없어도 증인신문을 할 수 있는 규정을 활용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재판 불출석을 요청하자 "원칙대로 하는 게 맞는다"며 불출석을 허가하지 않았다. 총선 유세를 이유로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재판 기일을 빼달라는 이 대표 요청 역시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 기일을 조정하면 분명히 특혜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7월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서 포르쉐 렌터카 등을 지원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검에게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지난 9월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와 공모해 군인들에게 댓글 공장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올해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평가하는 우수 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