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하고 화천군 북한강에 사체를 유기한(본보 4일자 5면 보도) 현역 군 장교에 대해 경찰이 7일 신상공개를 결정했으나 피의자가 거부하면서 즉시 공개에 제동이 걸렸다.
강원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 A(38)씨의 이름, 나이, 사진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심의위는 수단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권리, 공공의 이익 등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신상정보 공개를 의결했다.
2010년 신상정보 공개 제도 도입 이후 군인 신분의 피의자가 신상공개 심의 대상이 된 사례는 A씨가 처음이다.
그러나 A씨가 즉시 공개에 이의를 신청함에 따라 경찰은 최소 5일(8∼12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만일 A씨가 법원에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정식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으로 다툴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신상 공개가 안될 수도 있다.
실제로 강원경찰은 2020년 7월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한 30대 남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당시 피의자가 낸 '신상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별다른 법적 대응이 없는 경우 사건이 검찰에 넘어가더라도 A씨의 신상은 13일께 공개된다.
강원경찰청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 B(33)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9시 40분께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으로 10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으며, B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밝혀졌다.
A씨는 10여년 전 자신이 근무한 경험이 있어 지리를 잘 아는 화천군을 유기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신이 금방 떠오르지 않도록 사체를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A씨의 범행은 사체 유기 1주일이 지난 2일 오후 2시45분께 화천군 화천체육관 앞 북한강에서 시신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사체 일부 등에서 지문을 확보하고 DNA 감식을 진행, B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또 피해자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 분석, 가족 탐문 등을 통해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으며 3일 오후 7시12분께 서울 강남 인근 지하철 지하도에서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특히 A씨가 범행 후 ‘완전범죄’를 계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A씨는 시신을 유기한 직후인 지난달 27일께 B씨의 휴대전화로 부대 측에 10월말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남은 근무 일수는 휴가 처리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무단결근 시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A씨가 피해자 행세를 하며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또 B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심지어 피해자 가족과 지인에게도 메시지를 보내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를 객관적으로 밝히기 위해 조사에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참여시켜 범죄 행동을 분석하고 있으며, A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도 암호를 해제해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르면 오는 8일 사건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