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확대경]상하수도 미래를 위한 선택

조재연 한국환경공단 강원환경본부장

영국의 의학저널이 2007년 의학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류수명 연장에 기여한 발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하수도의 개선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마취제, 백신 등을 발견한 의학 발전을 예상했으나 먹는 물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상수도와 오수를 깨끗하게 처리해 전염병 확산을 막는 하수도가 인류 생명 연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하수도는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기에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최신 공법을 적용해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 공공하수처리시설을 현대화시설로 꾸준히 교체하고 있다.

하수시설 현대화사업에 지자체마다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하고 있으나 사업비의 근간이 되는 하수도 요금은 지난 몇 년간 제자리걸음 중이다. 강원자치도의 경우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은 22.3%에 불과하다. 하수 1톤을 처리하는 비용이 2,218원이지만 우리가 실제 납부하는 요금은 495원인 것이다. 통계청과 상수도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가구당 평균 2.2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하루에 1인당 평균 300ℓ 정도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를 강원자치도 하수도 요금에 적용하면 가구당 평균 한 달에 약 9,801원이 된다. 실제 처리비용을 고려하면 한 달에 약 3만706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현실은 지자체에서 차액을 보전해주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2016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하수도 요금이 0.28달러인 반면 덴마크는 3.7달러, 독일 2.9달러, 미국 2.2달러다. 경제력이 우리보다 낮은 브라질의 1.0달러에 비해도 현저하게 낮은 가격이다.

수도(水道)는 ‘물이 지나다니는 길’이라는 뜻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취수, 정수 및 공급 설비를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상수도와 사용자가 사용한 오염된 물(하수)을 정화하여 인근의 하천으로 내보내는 하수도로 구분된다. 상수는 깨끗한 물을 활용해 더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인 반면 하수는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수돗물보다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등 하수 처리 원가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하수 처리비용이 증가할수록 그에 따른 하수도 요금도 형평성 있게 부과되어야 하지만, 공공요금의 인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하수도 요금은 고속도로 통행료와 같이 사용자가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인 사용자, 즉 원인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하수도 요금을 사용자가 모두 부담하도록 현실화한다면 우리가 지출하는 하수도 요금은 증가하겠지만 세금이 하수도 개선사업에 추가적으로 투입되지 않아 건전한 재정지출이 이뤄진다. 하수도 요금은 하수처리장, 하수관로 등 하수도시설을 확충하고 시설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으로 하수를 적정하게 처리하면 악취 방지와 해충 발생 예방, 질병률 감소뿐 아니라 하천의 생태계가 살아나 우리가 쾌적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하수도 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하수도 시설 확충 및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고, 부족한 하수도 예산을 메우기 위해 투입되는 세금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회 인프라 확충이나 취약계층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사회에 전가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선택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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