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역대 열대야 일수가 가장 길었던 올해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과 밤공기가 제법 선선해지며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기상예보 매체에 따르면 올해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서 첫 단풍이 설악산(9월29일 예상)을 시작으로 다소 느리게 물들 전망이라고 한다. 반면 춘천, 원주, 홍천 지역의 고속도로 및 국도변 산림은 이미 가을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이는 바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어 죽어가면서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다.
전국 최고의 자연경관과 우수한 산림생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 도의 산림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늘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한번 감염되면 치료·회복이 불가능하여 100% 고사되는 ‘소나무암’으로 불리는 치명적인 숲의 전염병이다. 몸속에 소나무재선충을 보유한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이 공간 구분 없이 날아다니며 건강한 나무를 전염시키고 있어 확산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그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라고 할 수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무서운 다른 이유는 소나무재선충의 번식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스스로 이동할 수는 없으나, 매개충을 통해 다른 건강한 나무로 이동하여 침입 후 1쌍의 재선충이 약 20여 일 만에 20만 마리 이상 증식하는 번식능력으로 빠른 시간 내에 소나무를 말라 죽게 만든다.
1905년 일본에서 최초 피해가 발견된 후 국내에서는 1988년 부산에서 최초 발생,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소나무와 잣나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강원도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05년 강릉에서 최초 발생한 후 방제에 집중한 결과 2011년 강원 전역이 청정지역으로 회복됐으나, 2013년 춘천에서 재발생되면서 홍천·원주·횡성·정선·동해·삼척·철원·화천 등 9개 시·군까지 확산된 상태다.
남부지역에 비해 우리 도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춘천·홍천·횡성·원주 등 경기도 경계지역 선단지 중심으로 고사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소나무재선충병 청정지역 회복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계속해서 요구되고 있다. 또한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의 이동거리는 약 2~3㎞ 정도임을 감안하면 인위적 이동 차단의 어려움이 있으며, 소나무의 경우 감염 후 3개월 내에 병징이 나타나 비교적 발견이 쉬우나, 잣나무의 경우 감염 후 1~2년 후에 병징이 나타나 방제를 실시한 구역 내에서도 추가 감염목이 발생하고 있어 그야말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 도는 산림청 등 유관기관과 수시로 방제협의회를 개최해 기관별 예찰·방제 현황을 공유하고 있으며, 총 80억원을 투입, 가을철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가운 소식은 삼척시의 경우 2022년도 이후 재선충병이 발생하지 않고 있어 청정지역 전환 신청 후 산림청의 현지조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 점은 재선충병 방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자연에서 살아 움직이는 병해충을 상대로 완전 방제라는 말을 꺼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전체 면적의 81%를 산림이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산림수도의 산림을 총괄하고 있는 국장으로서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도 전역이 청정지역으로 회복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