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공사장에서 나는 폭발음인 줄"…전북 부안 남남서쪽서 규모 4.8 지진

중대본 비상 1단계 가동,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 발령
'깨지고 갈라지고'…전남 대부분 지역 '진도 3' 진동 느껴
수도권·창원·춘천까지 전국 곳곳서 지진 감지 신고 198건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4.8 규모 지진으로 부안군 계화면에 있는 한 중학교 담벼락이 금이 가 있다 2024.6.12 [전북자치도교육청 제공]

◇기상청은 12일 오전 8시 26분 49초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규모 4.7의 지진을 4.8로 상향 조정했다.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1도이다.2024.6.12[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4.8 규모 지진으로 보안면에 있는 한 창고 벽면이 깨져 있다. 2024.6.12. 사진=연합뉴스.

출근 시간인 12일 아침 전북 부안 남남서쪽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해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6분 49초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1도로, 행정구역은 전북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이다. 진원의 깊이는 8㎞로 추정됐다.

기상청은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를 자동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지진 규모를 4.7로 추정했다가 추가 분석을 거쳐 4.8로 조정했다.

여진은 오전 8시 40분까지 3차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이 기상청 관측망에 최초 관측된 시점은 발생 2초 후인 오전 8시 26분 51초였고, 관측 후 10초가 지난 오전 8시 27분 1초에 규정에 따라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날 지진은 전국에서 느낄 정도로 여파가 감지됐다.

부안군이 속한 전북특별자치도에는 지진 감지 신고가 잇따랐다.

전북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관련 신고가 119에 65건 접수됐다.

전주시 김모씨는 "출근하는데 다소 강한 진동을 몇초간 느꼈다"면서 "처음에는 공사장에서 나는 폭발음인 줄 알았다. 순간적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그래픽] 전북 부안 지진 발생

직장인 장모(37)씨는 "전주 효자동 5층 사무실에 있는데 건물이 갑자기 흔들려 불안했다"며 "평생 이런 지진동은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정읍시청 한 공무원은 "1층 사무실에 급격히 흔들려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며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직장인 이모(46·여)씨는 "마치 트럭이 지나가는 것처럼 도로가 흔들리더니 2∼3초 만에 재난 문자가 왔다"고 전했다.

익산시 영등동 김모(42)씨는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진동을 심하게 느꼈고, '쿵' 소리에 움찔했다"며 "어떤 분은 '뭐야, 뭐야'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주 덕진구 초등학교는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진앙지와 가장 가까운 전북 접경지인 전남 담양·장성은 진도 4를 기록했다.

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과 광주 광산·전남 광양 영암 구례 순천 장흥 함평 강진 보성 등 전남 대부분의 지역은 진도 3의 진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부안과 인접 지역인 광주와 전남에서도 지진 피해는 없었지만 진동을 느낀 시민들의 신고가 폭주했다.

광주시는 비상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광주·전남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 기준 지진으로 인한 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으나 건물이 쿵 하며 흔들렸다거나 침대가 뒤틀려 아침 잠이 깰 정도의 진동을 느낀 시민들의 신고가 수십 건 이어졌다.

지진의 영향으로 광주와 전남에서는 3~4등급의 진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새울원자력발전소 신고리4호기[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9분께 단양군에서 "누워있는데 선풍기가 갑자기 흔들렸다. 부안에서 지진이 났다는데 같은 지진 맞나요"라는 119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같은 시각 충북 옥천군에서도 "침대가 흔들리는데 지진이 난 건가요"라는 문의 전화가 접수됐다.

오전 8시 45분 기준 충북소방본부엔 총 35건의 지진 유감 신고가 접수됐다. 청주 24건·충주 4건·제천·옥천 각 2건·진천·영동·단양 각 1건 등이다.

부안 지역과 100㎞ 남짓 떨어진 세종 지역에서도 출근길 도로가 흔들려서 많은 시민이 놀랐다.

세종시에서 대전 유성구 반석동으로 출근하는 김모(35)씨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정차 중인데도 버스가 갑자기 흔들렸고 많은 사람이 느낀 듯 웅성거리고 놀란 탄성도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이번 지진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흔들릴 때는 탁자 밑으로 대피, 건물 밖으로 나갈 때는 계단 이용, 야외 넓은 곳으로 대피하세요'라는 안전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대전 대부분 지역에서도 비슷한 진동을 느꼈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세종시로 출근하던 이모(68)씨는 "승용차를 타고 출근 중이었는데 진동을 느껴 깜짝 놀랐다"며 "전쟁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서구 갈마동에서 근무하는 권모(56)씨는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재난문자가 온 직후 2∼3초간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며 "순간 건물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와 공포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서구 복수동에서 출근 준비를 하던 라모(31)씨는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재난경보음이 몇차례 울리더니 뒤이어 바로 화장대와 의자가 흔들려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안에서 200㎞ 가까이 떨어진 충남 천안시에서도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이 감지됐다.

천안시청 8층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건물이 3초가량 흔들려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예산군과 태안 등지에서도 건물과 도로가 흔들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전과 세종, 충남에도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진동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가 대전 14건, 세종 9건, 충남 27건 접수됐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지진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9시 기준 지진 관련 신고 1건이 들어왔다.

이날 오전 8시 28분께 춘천과 원주에서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됐으며, 현재까지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지진 발생 상황을 보고 받고 "국가기반시설 등에 대해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제반조치를 취하라"면서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추가적인 여진 발생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신속·정확하게 전파하고 비상대응 태세를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관계 부처에 긴급 대응 지시를 내렸다.

한 총리는 행정안전부에 전체 상황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추가 여진 등에 대비해 위험 징후 감지 시 해당 지역민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행동 요령을 안내하고, 예·경보 시설의 작동 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에는 원전, 전기, 통신, 교통 등 국가 기반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유사시 비상 대비 조치도 빈틈없이 하라고 당부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기상청에는 국민이 지진으로 과도하게 동요하지 않도록 지진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이 밖에도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기관별 위기관리 지침에 따른 임무·역할을 점검하고, 국민이 행동 요령을 숙지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홍보를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또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지진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기상청 제공.

이번 지진은 기상청이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16번째, 디지털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12번째로 강한 지진이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작년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4.5 지진이 발생하고 약 1년여만이다.

육지에서 발생하기는 2018년 2월 11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하고 6년여만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다.

2016년 9월 경주 지진은 이번에 발생한 지진과 리히터 규모는 1 차이지만, 위력은 이론적으로 32배 더 강한 지진이었다.

기상청은 "이동속도가 빠른 지진파(P파)만을 이용하여 자동 추정한 정보"라며 "수동으로 분석한 정보는 지진 정보로 추가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