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통해 자연의 삶을 사는 이병희 작가가 오는 12월 31일까지 예담 더 갤러리에서 ‘나무, 형상 그리고 사유(思惟)’를 주제로 초대전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사유하는 모든 것들로부터의 자유를 외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모든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인지하는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더욱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나무를 주재료로 활용해 나무가 가진 본연의 모습에 집중, 이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 그는 가치가 없어 땅바닥에 나뒹구는 나무를 전시장으로 데려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실제 전시장 한 편에 마련된 스탠드 형식의 조명 거치대는 늙은 나무의 뿌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은행나무, 박달나무로 만들어진 책상, 스피커, 도마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단연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조각난 나무 하나, 하나에 검은색을 입힌 후 나란히 배치한 작품 ‘1029’이다. 작품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해당 작품은 지난해 10월 29일 벌어졌던 이태원 참사를 향한 이 작가만의 애도의 방식이다. 이처럼 그는 누군가에게는 가치 없게 느껴지는 나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꺼진 생명의 불씨를 향해 애도를 표하는 등 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병희 작가는 “자연은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다”며 “그저 자연의 일부로 평화로움과 행복에 있게 했을 뿐, 들판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에서 평화와 행복을 느꼈고 나는 그렇게 나무에서 자연의 삶을 얻고자 했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12월부터는 연말과 어울리는 목공예를 선보이며 전시장을 한층 더 따뜻하게 만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