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눈 앞에 닥친 ‘마을 소멸’] 폐광 앞둔 자영업자들 “30년 장사 접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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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폐광지 인구 유출 가속화

내녀부터 장성·도계광업소 잇따라 폐광
40~50대 직원, 자영업자 유출 현실화
지역 사회 “고용 위기 지역 선포 시급”

◇2025년 폐광 예정인 삼척 도계광업소 본관 인근 현수막 게시대. 도계점 폐업을 알리는 자영업자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신하림기자

지난달 28일 삼척 도계광업소 본관 인근 게시대. 'OOO닭갈비 삼척점 오픈으로 도계점은 폐업합니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990년부터 도계읍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한 A(63)씨가 내걸었다.

김씨는 "IMF 위기도 모르고 지나왔는데, 인구가 매년 줄어 희망이 없어졌다"며 "내후년에 도계광업소까지 폐광한다니 이참에 가게를 물려 받는 딸과 삼척 시내 이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2024년, 2025년 잇따라 예고된 '태백 장성광업소 및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 여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 정책발(發) 마을 붕괴=강원 폐광지 마을들이 정부 탈석탄 정책과 대한석탄공사의 광업소 조기 폐광 추진으로 존립 위기를 겪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르게, 2년 내로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이다.

태백 장성광업소(2024년 폐광)와 삼척 도계광업소(2025년 폐광)의 현재 직원 수는 각각 410명, 327명이다. 40~50대들은 일자리를 찾아 가족과 함께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자영업자 인구 유출'이다. 장성 및 도계광업소 직원 인건비로 지역에 풀리는 돈만 매월 20억원 안팎이다. 장성광업소의 경우 태백에서 가장 큰 기업이어서 지역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도계읍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B씨는 "강원대 도계캠퍼스가 있지만 1년 중 방학을 제외하면 유동인구는 6개월이 전부"라며 "광업소까지 폐광된다니 심리적 위축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2025년 폐광을 앞둔 도계광업소 본관 앞. 도계읍의 최대 번화가이지만 이미 폐업한 점포들이 수두룩했다. 사진=신하림기자

태백 인구 감소율 전국 3위=광업소 신규 채용은 중단되고 퇴직 인원은 늘면서, 폐광지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6월말 기준 장성광업소에서 정년 및 명예퇴직한 인원은 120명, 도계광업소는 62명이다.

삼척 도계역 인근 가게들은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폐업 혹은 휴업 중이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C씨는 "6년전부터 도계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올해 경기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태백시 8개 동 중 6개동(황연·삼수·장성·문곡소도·구문소·철암동)이 '소멸 고위험지역'이며, 태백 황지동과 삼척 도계읍은 '소멸위험 진입지역'이다.

통계청의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태백의 인구 감소율(-3.2%)은 전국 229개 시·군 중 3번째로 높았다. 태백 인구는 현재 3만 8,918명이지만 '3만 붕괴론'도 나온다. 삼척 도계읍은 이미 2020년에 1만명 선이 무너졌다. 대체산업 발굴 및 유치 등 정부와 지역사회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김주영 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대체 산업을 발굴해도 추진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구 유출이 가속화 되고 있다"며 "고용 위기 지역 선포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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