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면서 강원도내 양봉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농가들은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강릉시 성산면의 한 양봉농가. 꿀벌로 가득해야 할 벌통들은 검은색 천이 씌여진 채 비닐하우스 한 쪽에 정리돼 있었다. 농가에서 만난 김기남(67)씨는 올해 양봉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김씨는 "450개의 벌통 중 꿀벌이 살아있는 것은 100개뿐인데 그마저도 꿀벌이 거의 없다"며 "한 통 당 금액이 20만원으로 7,000만원 정도의 재산 피해가 예상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꿀벌이 귀해지면서 벌통 1개 당 가격은 예년보다 2~3배 이상 오른 4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꿀벌 소멸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농가들은 매물이 없어 애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양봉업을 하는 홍모(65)씨는 "벌통 가격이 평소보다 크게 올랐지만 웃돈을 줘서라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하소연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내 1,281개 양봉 농가에서 꿀벌 실종 피해가 집계된 가운데 올해도 강릉에서만 300여개 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등 관계 기관과 농가들은 월동기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로 꿀벌 면역력 저하와 겨울철 이상 고온 등을 꼽고 있다. 추위에 취약한 꿀벌들이 지난해 11월 이상고온 현상으로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자 봄으로 착각, 본능적으로 벌통을 나갔다가 추위에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인 한국양봉협회 강원지회 사묵국장은 "올해 꿀 농사를 포기하는 도내 양봉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명확한 원인 규명과 입식비 지원 등 대책 마련을 통해 농가들의 경영난 해소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에서도 피해 현황 집계에 나설 방침이다. 도 축산과 관계자는 "3월 중 도내 양봉 농가들을 대상으로 꿀벌 실종 관련 피해 현황을 조사하겠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양봉 단체 및 농가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