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무신불립(無信不立)

안동규 한림대 교수 강원도자치분권위원장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의 불신, 경제의 불안, 팬데믹의 위기, 남북 갈등, 빈부 격차, 부동산 폭등, 청년 실업. 대한민국은 언제 터질 줄 모르는 버블사회가 돼버렸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무신불립!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공자의 말이다. 공자는 논어의 안연편에서 제자 자공과의 대화에서 자공이 정치의 본질에 관해서 묻자 이렇게 대답하였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족식·足食), 군대를 충족하게 하고(족병·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민신·民信).” 자공은 이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하고, 계속해서 자공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자고로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라고 설파하였다.

사람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개인과 국가는 믿음이 없고 신뢰가 무너지면 존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은 우리가 견지하고 있는 믿음과 신념체계로 세상과 세계를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질의 힘을 믿으면 유물론적 세계관을, 절대자를 믿으면 유신론적 세계관을 갖는 것이다. 믿음과 신념의 합이 나의 가치관이고 세계관이다. 믿음이 무너지고 신뢰가 파괴되면 세상을 보는 눈인 세계관이 흔들린다. 작금의 상황이다.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망연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자연, 환경, 그리고 서로에 대하여 우리의 신념체계를 흔들고 있다. 최근의 대장동 사건은 우리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떤 뉴스가 진실인지 이 사회를 불신사회로 추락시키고 있다. 신뢰가 무너지고 믿음이 없어지고 세계관이 흔들리고 있다.

동양 사회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5대 덕목을 강조한다. 5륜이라고 불리는 5대 도리를 말한다. 논어에는 신(信)이라는 글자가 스물여섯 번이나 등장한다. 공자가 얼마나 신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다. 신은 인(人)과 언(言)의 합자다. 말에 거짓이 없고 말대로 행동할 때 (믿음)신이 생긴다. 영어로는 Credit, Trust이다. 정보화 사회란 우리가 수많은 뉴스와 정보와 말의 홍수에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보에 문제가 생겼다. 정보를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교통신호등의 빨강 정보는 차를 정지하게 만든다. 모두가 그렇게 믿고 운전하는 것이다. 교통체계의 신뢰가 무너지면 위험사회가 된다.

지금 우리는 과도한 SNS의 편리와 지배 속에 살고 있지만 정보화 사회의 상호신뢰 수준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무신불립! 신용은 무형의 자산이다. 신용사회에서 신뢰 수준이 바닥나면 자동차에 휘발유가 없는 것이고 우리의 몸에 피가 안 도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용과 믿음은 사회적 자본이고 도덕적 에너지다. 독일의 위대한 사학자 랑케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은 군사력도 아니고 경제력도 아니요 국토의 크기도 아니다. 그것은 그 나라의 모럴 에너지(Moral energy)다.”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고 답인가? 신용과 신뢰와 믿음의 회복이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가 없다. 신뢰가 상실되면 사회가 존재하기 힘들다. 신용이 무너지면 망한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도산 안창호가 갈파한 명언이다. SNS에서 뉴스에서 우리의 말에서 그리고 정치인의 입에서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야 우리가 살고 사회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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