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공화주의 개념 확장 필요
공공선·시민덕성 강조를
나에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불균형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성장 속도에 공화주의가 따라가지 못한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정체성이 있다. 정체성은 두 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정치체제, 또 하나는 국가체제.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헌법 제1조 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 있듯 정치체제인 '민주'와 국가체제인 '공화국'의 결합이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결합체이다.
다른 시·도에서 선생을 하는 친구들과 온라인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한 친구가 그런다. “너희는 어때? 여기는 금요일 오후 3시 좀 넘으면 조퇴하고 퇴근하는 선생님들이 엄청 많아. 교사 개인의 권리이니 교장, 교감이 딱히 이래야저래라 하지도 못해. 금요일 오후가 되면 학교가 휑하니 비어서 나만이라도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는 조퇴, 연가에 사유를 쓰지 않으면서 이런 모습이 나타났다고 하고, 누군가는 교장, 교감의 힘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고도 한다. 그럴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누가 가장 혜택을 봤을까. 민주주의를 위해 애써 온 사람들일까. 한국은 민주주의가 성장할수록 단물은 자유주의자들이 먼저 맛봤다. 늘 그랬다. 자유주의자들은 공동체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에 충실해 왔다. 공공선보다 개인의 이익에 우선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항아리에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넣었다. 민주주의가 확장될수록 헌법의 가치와 맞지 않는 일들이 곳곳에서 정교하게 나타났다. 헌법 제1조 1항의 가치인 공화주의적 민주주의를 만들려고 애써 온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시장주의적 민주주의가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교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왔듯 여전히 민주주의에 중심을 둬야 할까, 아니면 공화주의를 확장시켜야 할까.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냐는 반론이 있겠지만, 어쨌든 공화주의 개념을 폭넓게 써야 한다. 공화주의에서 강조하는 공공선과 시민덕성을 확장시켜야 한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의 내년 주요사업에 민주시민교육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보이텔스바흐 협약, 학교자치, 학생자치, 선거교육, 주권교육, 논쟁수업 등 민주주의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불균형은 더욱 커질 것이다. 어쩌면 금요일뿐 아니라 다른 요일에도 수업이 없으면 조퇴하고 일찍 퇴근하는 '자유민주적' 교사들이 늘어날지도.
공화주의의 핵심가치인 휴머니즘, 공공선, 시민덕성을 강조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 연수와 자료집에 공화주의, 휴머니즘, 공공선, 시민덕성 내용을 많이 실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다면 말이라도 많이 써야 한다. 그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도 학교 내에서 공공선을 어떻게 규정할지, 그러기 위한 시민덕성은 무엇인지, 휴머니즘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함께 '숙의'하는 것이다.
현대의 대표적인 공화주의 학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 한국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엄청나게 많이 팔렸음에도 공화주의 확장력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의 과제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균형을 맞추는 것, 공화주의적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공화주의에 방점을 둔 민주시민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런 힘이 모아져야 시장주의 불평등 구조를 고쳐나갈 힘도 더 생길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유주의자, 시장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등에 업고 '민주공화국'의 가치에 흠집 내는 일이 여전할 것이다.
샌델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 '공정하다는 착각'. 민주시민교육 강릉교사커뮤니티 선생님들과 12월 같이 읽기로 했다.